‘2분의 시간을 할애해 드리죠’ – 세번째 이야기

우리 동네 홈플러스엔 왜 그리도 사람 공부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지…
벌써 이런 부류를 세 번째 만나다 보니 연재물이 되어 버렸다.

엠피삼 이어폰을 사서 홈플러스 의자에 잠깐 앉아있는데 아가씨가 다가와서 묻는다.
“저기 혹시, 성서공단에서 일하시지 않으셨어요? 어디였지…”
(젠장, 이제 이런 사람들은 단 한 번에 느낌이 온다)
나 – 아~네, 혹시 사람 공부하시는 분 아니세요?

“아, 맞는데…”
– 우와, 진짜 잘 만났습니다.
저번에 그쪽처럼 사람 공부 한다는 사람이랑 진지하게 이야기 하자면서 약속도 잡았는데 이 사람이 약속장소에 안 나오는 거예요.(이전 글 참조)
그 사람 번호가 —-였는데 혹시 아는 사람이세요?”

“아, 아뇨…저는 여기서 아는 언니 만나려고 나왔는데…”
– 진짜 사람 공부 한다는 사람이 무슨 기본적인 사람관계의 신뢰도 없냐고요. 동종 업계 사람으로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동종 업계라뇨!(발끈) 저는 돈 벌려고 하는 일 아니고 직업도 따로 있어요”
– 아, 그 때 그 사람한테 데인게 있어서 좀 발끈했습니다. 업계라는 표현은 불쾌하셨을 수 있네요. 죄송합니다. 그럼 무슨일 하고 계시죠?

“성지 중학교 국어선생님 입니다”
– 아, 그래요. 그럼 지금 시간은 좀 촉박하고 전화로 따로 약속 잡아서 진짜 끝장토론 한 번 합시다. 정말 궁금하거든요.

“저는 전화번호 함부로 안 알려 주거든요. 애들한테도 함부로 안 가르쳐줘요”
– 아니! 선생님이 애들한테도 전화번호를 안 가르쳐 줘요???

“요즘은 선생님도 신비주의랄까? 그런게 있어야 되거든요”
– 허허 ㅡ.,ㅡ… 네… 그런데 선생님이 지금 이 시간(오후 2시경이었다) 밖에 나와도 됩니까?

“(당황) 아니, 아프다고 하고 나왔거든요. 조퇴계쓰고”
– 아니! 아프다고 조퇴계 쓰신 분이 홈플러스에서 아는 언니를 만나요???

” ^.^;;; 아예…”

나도 굳이 몰아세워 좋을 것 없으니 나중에 인연 닿으면 다시 만나자며 헤어졌다.

중학교 국어 선생이라는 자체가 의심스럽지만, 진짜 국어선생이라면 그건 더 문제다.
세상에나, 오후 4시 반이면 끝나는 신도 퇴근 때면 부러워하는 중학교 선생이 고작 두 시간을 못 참아 조퇴계를 내고 아는 언니를 만나러 홈플러스에 와서 왠 총각을 붙들고 실랑이를 하고 있으니…

우리나라 국어 교육은 어쩌란 말이냐!!!

100분 토론에 사이비라 멸시 받는 종교단체 대표들 다 나와 끝장토론 한 번 벌여라.
나는 정말 순수하게 당신들 교리와 정체가 궁금하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연구하고 싶게 생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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