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심도 단상

간만에 떠난 섬 여행, 아니 첨으로 떠난 섬 학교라 해야겠다. 지심도에서 느낀 감상을 휘발되기 전에 끄적여 본다.

 

지심도 선착장에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구조물이, 이 지심도 거제 반환비다.

 

일제시대 일본이 중일전쟁 대비 군사기지로 쓰기 위해 원주민을 내쫓은 이후, 지심도 원주민은 근 백년 간 자기가 사는 땅의 소유권을 인정 받지 못했다. 해방 이후 국방부 소유가 됐다가 2017년에 거제시로 이전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다. 섬 주민에겐 죽고 사는 터가 걸린 문제를 ‘잡음’으로 표현하는게 죄송스러우나. 나를 포함한 뭍 사람 인식은 대개 그러지 않을까.

 

서울시 강남구에 단수가 되면 전국이(적어도 전국 뉴스는) 난리 나지만, 남쪽 끝 배타고 들어가는 15가구 사는 섬의 소유권 분쟁은 ‘보상금 노린 주민들의 때법’ 정도로 치부되지 않을지.

 

대개 국가나 유력 기관의 주장은 나름 법적 형식을 갖춘다. 그런데, 국가의 땅이란 것 조차. 그 국가의 주인은 누구며. 그 땅에서 생존을 위해 살아야 하는 사람에 대한 대우는 어떠해야 하는가. 잠시마나, 법 그 너머까지 생각해본다.

 

[바로간다] 수십 년 가꿔온 섬인데..주민 내쫓고 명품 관광지로?

 

 

일본군 장교 사택이던 집. 장교가 살던 집이라 건물은 물론이고 정원과 풍경까지 멋드러진 느낌. 한때는 카페로 운영한 것 같은데. 지금은 관리가 안 된 상태. 근대문화 유산 지정 절차를 밟고 있다니. 관리가 되면 지심도에서도 손 꼽히는 멋진 장소가 될 듯.

 

 

성모 마리아상 같은데. 아마 섬에 가톨릭 신자가 계시지 않을까. 거친 섬생활. 누구든 의지할 대상이 필요하지 않았을지. 그게 서낭당이건 성모마리아건.

 

 

 

낚시꾼이 모여드는 방파제. 건너편 석유 비축기지도 보인다. 우측 커다란 장바구니 같이 보이는 건물 네 개에 비축하는 줄 알았더만. 그게 아니라 사진에 보이는 해변 좌측부터 우측 끝까지, 지하 300미터를 파서 땅 속에 석유를 비축한단다. 그 규모가 인간 척도로는 가늠하기 어려울 수준인듯. 한국이 한달 내내 쓸 수 있는 양이라고.

 

 

비공식, 지심도 반장님과 강제윤 소장님 피셜로 국내 가장 오래된 동백나무. 강 소장님이 어림잡아 수령 500년은 되어 보인단다. 동백나무는 워낙 밀도가 높아 단단해서. 같은 수령이면 소나무 같은 나무에 비해 3분의 1정도로 얇은 두께라고. 그래서 이정도 두께만 되어도 수백년은 거뜬하단다.

 

 

일제가 만든 욱일기 게양대를 지심도 주민들이 태극기 게양대로 바꾼 것. 거제시와 분쟁에도 의아할 만큼 주민이 합심해 끈기있게 대응하는 게 놀라웠다. 물론 그 과정에서 주민 절반 정도는 섬을 떠나셨다고는 하지만.

 

섬을 둘러보면 주민들이 얼마나 열성으로 가꾸는지 느낌이 온다. 고작 15가구 주민이 사는 좁은 섬인데도. 공중 화장실만 가도 얼마나 관리에 열심인지 알 수 있다.

 

 

아마 밀물과 파도가 모이는 계곡 같은 지형이라 쌓였을 각종 부표와 쓰레기들. 바다 양식장 등에서 굴러 들어온 쓰레기라 봐야겠지. 어딜가건 제자리를 못찾는 쓰레기가 문제다. 제자리에 있으면 문제 없는데, 자기 자리를 못찾아 쓰레기가 된 걸지도.

 

 

동백나무가 원시림을 이루는, 동백섬으로 유명한게 지심도인데. 고작 하루로는 아무리 봐도 동백나무 구분을 못하겠다. 혹시 나중에라도 눈이 트일까 싶어 설명 팻말이나마 찍어봤다. 겨울에 피면 동백 가을에 피면 추백, 봄에 피면 춘백인데. 우리는 가장 화사한 춘백을 맘대로 동백으로 잘못 부른다는 재미난 사실은 기억에 남겼다.

 

 

섬 학교 마친 후 단상

1.

1박 2일은 너무 짧다. 어디든 제대로 알려면 평생이 걸려도 짧다만. 한 섬을 경험하는데 두어시간 산책은 짧아도 너무 짧다. 적어도 섬 민박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다면. 저녁 방파제나 일출 풍광이라도 볼 수 있었다면.

2.

이중섭도 윤이상도 만나지 못하고 왔다. 아, 그나마 윤이상 음악관 겉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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