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이 아저씨는 트렌디하다. 클로드라는 AI툴을 자신이 책 제작 과정에서 적극 쓰기도 하고, 독자에게도 써 보라고 권한다.
각 장이 평균 반쪽 분량으로 이루어져, 마치 숏폼 콘텐츠를 연상시킨다. 이것도 숏폼 시대라 염두에 두고 구성한 거겠지.
필립 코틀러가 끝없이 판올림하듯 괴상한 변형 저작을 만들어내며 말년에 ‘공저자로 이름 팔아먹기’ 정도에 머무르는 인상인 반면. 세스고딘의 이 책은 적어도 그의 이름 값은 지키지 않았나 한다.
시스템, 시간
이 책 전체를 통틀어 계속 반복하는 개념이다. 책의 제목이자 목적인 ‘전략’을 잘 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가 큰 질문이고. 이에 대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시스템과 시간이라는 두 개념을 반복해 강조한다.
전략은 ‘그렇게 됨’의 철학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 또는 조직이 될 것인가?
그리고 어떤 사람 또는 조직에 도움이 될 것인가?
그러면 그들은 또 어떤 사람이나 조직을 돕게 될 것인가?이것이 바로 전략이다.
전략은 지도가 아니라 나침반이다.
전략은 보다 나은 계획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오늘 무엇을 할 것인지 공들여 선택하는 것이다.
이것이 요점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일의 핵심이자 우리 시대의 과제다.
더 나은 무언가를 지향하는 것 말이다.
경영에서 ‘전략’만큼 거창하고 모호한 개념이 또 있을까.
전략이 뭘까. 결국 심플하고 직관적으로 설명하면 ‘계획’이다. 그것도 정교한 계획. 목표를 잘 달성하기 위한 나름의 잘 수립된 계획.
이 계획의 각 단계를 잘 구현하기 위한 방법론과 스킬이 전술.
전략은 당신이 성장함에 따라 개선된다. 순간적인 전력 질주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정교한 전략의 핵심은 장기 지속성이다.
시스템적 우위가 영웅적 노력을 이긴다. 영웅적인 노력은 짜릿하지만, 장기적이면서 정교한 전략은 보통 기적적이지 않게, 일상적으로 작동한다.
정교한 전략은 설명하기는 쉽지만 지키기는 어렵다. 시간이 지날수록 해당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지고, 결국 평범함으로 이어지는 작은 타협을 수없이 하게 된다.
마블의 슈퍼 히어로와 달리, 현실세계의 진짜 강력한 힘은 폭발적인 비주얼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지난하고 지겹고 지루하고 고리타분해서 아무도 관심을 안 가진다.
그냥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수영장이나 일터에 나가고 저녁 9시에 퇴근하거나 헬스 끝나고 돌아가는 좀비처럼 보이는 발걸음에 괴력이 누적된다.
환경학자 도넬라 메도스 Donela Mcadows는 덴마크의 한 연구원 에게 들은 이야기를 공유했다.
1973년 그들이 암스테르담의 한 교외 지역을 조사했는데, 모두 비슷비슷한 집들로 구성된 동네 였다. 어떤 집들은 전기 계량기가 지하실에, 어떤 집들은 현관에 있었다. 계량기가 현관에 있는 집의 주민들은 나가고 들어올 때마다 전력 사용량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계량기가 보이는 집은 그렇지 않은 집보다 전기 사용량이 1/3 정도 적었다.
가시화의 중요성. 보여야 관리할 수 있다. 근데 그게 숫자나 그래프처럼 눈에 때려박히는 거면 가장 강력하다!
어떤 종류의 배를 준비할 것인가? 수리가 쉬운 목재 선박을 마련할 것인가, 아니면 애초에 파손될 가능성이 적은 강철로 만들 것인가? 어떤 종류의 전자 장치를 탑재하고어 떤 종류의 백업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가? 진정 레이스에 참가해야 하는가?
이러한 전략적 선택이 결국 승자를 결정짓는 요인이 되었다.
레이스가 시작된 후에는 전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제한된 시간과 선택지 속에서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 전술은 빠른 판단과 즉각적으로 쓸 수 있는 기술을 요구하며, 그 때문에 우리의 주의력과 에너지를 모두 고갈시킬 수 있다.
우리 대부분은 평생 전술을 훈련하고 전술에 초점을 맞추는 데 익숙하기에 종종 전략을 건너뛰는 우를 범한다. 전략은 목표에 대한 의식과 주변 시스템에 대한 인식에 기초한 철학이다. 그리고 전술은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우리가 기울이는 노력이다.
세계 일주 항해의 우승자는 로빈 녹스-존스턴Robin KnoxJohnston 이었다. 선박의 정비에 대한 그의 철학이 그가 도중에 직면한 문제들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의 전략은 적절했고, 전술 또한 그 전략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히 훌륭했다.
전술은 전략이 아니다.
전술은 단기적인 게임에서 승리하는 방법이다. 전술은 유연하고 일회적이며 때로는 비밀스럽다. 전략은 장기전을 위한 것이다. 전략은 공유하고, 점검하고, 고수할 가치가 있다.
전술은 우리가 당장 해야 할 일이다. 전략은 다음과 그다음, 모든 단계를 아우르는 것이다. 전술은 현재를 위한 것이다. 반면 전략은 시간을 인식하고, 인정하며, 시간에 가치를 부여할 때 정립된다.
효과적인 전술은 전략을 진전시킨다. 전략에 결함이 있다면 어떤 성공적인 전술도 도움되지 않는다.
전략과 전술을 구분하고, 직관적인 전술(기술) 훈련에 비해 놓치기 쉬운. 하지만 중요성은 더 큰 전략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역도 선수를 예로 들면. 인상과 용상 각각의 기술 훈련은 전술이다. 시합장에서 어떤 타이밍에 몇 킬로로 워밍업할지, 경쟁자의 기록 신청에 어떻게 따라갈지.
근데 애초에 내가 몇킬로 체급에 신청할지, 아니면 해당 대회에 나갈지. 더 앞으로 가서 애초에 역도 선수를 계속할지 등이 전략이다.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패배한다(혹은 그 반대)’라는 관용어가 전략과 전술의 차이를 너무 잘 설명해준다.
전략적 사고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전략적 사고를 한다는 것은 시스템을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스템과 함께 일하거나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데 필요한 자산과 기술을 개발한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들의 선택 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또한 피드백 루프의 지연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면서 시스템의 반응에 따라 전술을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략에 수반되는 운영 계획과 전술은 이러한 피드백 루프에 근거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기존 시스템이 현상을 유지하려 할 때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
히어로는 기존 시스템을 무시하거나 더 나아가 깨부수면서 통쾌함을 준다. 압도적인 개인의 역량으로 기존의 틀을 부숴버리는데. 이건 현실 세계에서는 극히 드문 일이다. 그러니 영화에나 나오지.
자신이 속한 단체, 혹은 목적을 둘러싼 구조를 이해해야 하고. 여기서 더 나아가 그 구조를 구성하고 있는 개개인이 어떤 선택을 왜 해서 지금의 시스템을 만들고 지켜오는지.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수학적인 이해를 넘어 타인의 선택에 대한 공감까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는게 날카롭다. 결국 구조를 구성하는 것도 개인이다. 구성원을 이해하지 못하면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
차가 막힐 때, 우리는 교통체증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교통 체증을 유발하고 있다. 누구나 게임을 할 때면 모종의 이기심을 발동한다.
무의식 중, 관용적 표현 속에. 우리의 기본 사고 방식이 깔려있다.
테슬라 내부자에 따르면, 대리점에서 가장 많은 대화를 불러 일으킨 것은 수납형 도어 핸들이었다. 사람들은 새 테슬라를 보러 와서 전기 자동차의 가치나 그것이 상징하는 변화가 아니라 멋진 도어 핸들에 대해 물어보곤 했다.
그런 대회는 시승을 권유할 기회로 이어졌다. ‘루디크러스 모트’는 특별히 뛰어난 기능은 아니었지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큰 재미를 주는 요소였다. 이 모드를 활성화하면 기존 자동차보다 50% 빠르게 가속할 수 있었다. 실로 몇 초 만에 0에서 100km/h까지 조용히 속력이 치솟아 탑승자들이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
모델 S가 유발한 긴장은 입소문을 탔고, 많은 운전자가 현 상태에 불편을 느끼며 테슬라로 갈아탔다.
마케팅에서 Hook은 의외로 대단한 게 아니어도 된다. 작은 차이, 작은 불편의 해소, 작은 팬시함.
모든 Hook이 본질적인 상품 차이에서 기인해야 한다면, 지금 인플루언서가 파는 후드티 굿즈는 모두 폐기하고 유니클로 일괄 생산으로 바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