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동산 공부 좀 했답시고 모든 동네를 투자 관점으로만 본다. 이 동네보다 저 동네가 비쌀것이냐. 추후 더 오를 것이냐.
그런 하나의 잣대로만 본다면 그냥 강남만 돌아다니면 된다. 어차피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는 in 서울, in 강남 3구에 얼마나 접근하냐. 그 방법론 경쟁 아닌가.
처음 도시 임장을 시작한 계기가 김시덕 작가의 도시공부 모임이었는데. 각 지역마다 왜 사람이 모였고, 현재 이들은 어떤 식으로 살고 있고. 앞으로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며 이 지역을 바꿔나갈건가. 이런 상상력을 펼쳐보는 모임이었다.
이제는 어설픈 투자 관점 때문에 흑백의 단조로운 필터로 동네를 보며 돌아다닌다.
이런 반성이 절로 들 만큼, 도봉구는 투자처로서 매력은 떨어진다. 서울 전체에서 아파트 평단가가 가장 낮은 구인데. 돌아보면 그럴 법하다.

좌측에는 도봉산 우측에는 중랑천과 수락산. 삼국지의 협곡 화공이 연상되는 지형이다. 북에서 서울로 진입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협곡. 이러니 북한군이라면 도봉구가 아니라 일산 평야 쪽으로 들어가겠구나.
강북 배드타운을 가보면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난다. 강남, 여의도, 광화문과는 다른 느낌. 평범한 도시 거주민이 오랫동안 정착해 살아가는 정착지 느낌.
이게 단점도 장점도 않지만, 나같은 외지인 입장에서는 딱히 끌리지 않는 요소다. 차라리 신림 같이 뿌리 없이 떠다니는 역동성이 더 좋다. 강북 배드타운은 이미 도시 안에 정착한 이너서클 느낌이랄까. 뒤에 도착한 내가 굳이 들어갈 필요는 못 느끼는.
도봉구 협곡을 보며 평지의 지리적 가치를 깨닫게 된다. 비슷하게 가격 하위권인 구로구는 평지라 사방 팔방으로 연결되지만, 도봉구는 협곡이라 위 아래로만 연결된다. 심지어 구로구에는 도봉산 못지 않은 관악산도 있네.
산과 강에 둘러쌓여 향후 실버타운 요지가 되지 않을까? 인서울이면서 붐비지 않고 공기 좋은 곳. 병원 가려면 쉽게 갈 수 있는 곳.
투자 측면에서 유의미한 지역은 협곡 초입으로 볼 수 있는 창동일텐데. 대형 케이팝 공연장인 아레나가 과연 어느정도 매력을 보여줄지 의문. 집 근처에 아레나가 있다는 게 또 얼마나 큰 생활 편의인지도 의문.
서울을 다녀볼수록, 한강 남동쪽에 가야 한다는 걸 느낀다. 돈이 몰리는 데는 이유가 있고. 한번 구성한 인프라는 쉬이 옮길 수 없으니 그 쏠림은 갈수록 더 무겁고 강해진다.

이미 지역에서는 한참 진행중인 빈집으로 인한 슬럼화. 시골과 달리 서울 땅값 생각하면 소유주도 빨리 팔아서 뭐든 하는 게 나을텐데. 다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 ‘시간은 모든 거래에 상처를 남긴다’는 말을 또 한번 느낀다.

주로 1호선 라인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결집해 산다지만, 강북 1호선에는 덜하다는 느낌. 덕분에 도봉구 길목 태국 음식점은 이국적이다. 도봉구는 전반적으로 외국인 말고 노령층이 점령하고 있다는 느낌. 도봉산역 인근의 등산객 손님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
뒤의 비트코인 노래연습장은, 실제 비트코인 넣고 노래 부를 수 있게 해 줬으면 노래방 사장님만 코인 부자됐겠지. 혹은 사장님이 코인으로 번 돈으로 차린 건가.

곧 재개발로 사라질 자동차 경정비 가게. 동네 터줏대감으로 쏠쏠하게 많이 버셨을 것 같은 느낌의 가게다. 한 동네에서 자기 기술로 아들 딸 키워내고. 이제 재개발해도 별 미련없다 싶을 은퇴 시기 60대 사장님이 운영할 것 같은 가게. 모든 재개발 재건축 골목에는 각자의 사연이 있다. 어디에나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