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작전 57일차가 3월 30일. 그 이후 근 한달반을 수영을 안 갔다. 딱히 엄청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차일피일 미루다가 기세가 꺾였달까.
대개 직업이 아닌 이상은 이런 식이다. 부상이나 이직, 이사처럼 대단한 이유가 아니다. 이래서 의지나 인내는 허망하다. 나를 강제하는 구조에 들어가야 한다. 그 구조에 나를 넣는데까지만 의지와 노력을 쓰면 된다. 그 이후에는 구조가 나를 굴러가게 해야한다.
또한, 완벽주의는 이렇게 기세가 꺾일 때 쥐약이다. 완벽한 출석에 오점을 남기는 순간 영영 안 가 버리기도 하거든. 그런 면에서 나의 20년 헬스장도, 13년 살사도, 8년 역도도, 그리고 58일차 강습 받는 수영도 다행이다. 엄청난 인내와 노력 없이 끊었다 다시 이어지면서 길게 이어붙일 수 있어서.
강습
처음 몸풀기로 자유형 4바퀴 하는데 거의 숨이 차지 않았다. 뒷 순번이라 그런게 크긴 하지만. 몸이 기억한다는 게 참 무섭다 싶다. 머리로는 자유형 영법이 전혀 기억이 안 났다. 팔을 꺾어야지. 손목에 힘을 빼야지. 이정도?
그런데 물에 들어가서 저으니 대강 다 된다. 물론 57일 동안 일지에 써 왔던 디테일은 많이 날아갔겠지만. 여튼 초기화되지는 않더라고.
몸에 새겨져있나 보다.
다시, 새기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