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 나심 탈레브가 쓴 행운에 속지마라의 변주곡에 지나지 않는다. 지나지 않는다는 표현은 좀 작가한테 속상하게 들릴 수 있겠네.
책이 말하는 큰 틀은 결국 기댓값 개념이다. 기댓값이 근소하게라도 높은 곳에 걸어야 한다. 그 근소한 차이가 반복 시행을 통해 엄청난 결과로 나타난다. 나심 탈레브가 3부작 시리즈에서 주구장창 하는 이야기.
여기에 더해 베이지안 사고, 베이지안 통계 개념이 추가된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즉각 기댓값을 조정하는게 핵심. 배팅 사이트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메타인지를 통해 내 한계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점. 그래야 과도한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
결국 결론은 기댓값과 리스크관리. 두 축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기댓값을 알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파산하지 않으려면 리스크(회복 불가한 위험) 관리를 해야한다. 이 두 문장이 사실상 전부다.
그리고, 번역문에서 영문 약자를 왜 굳이 쓰는 거야. EV는 그냥 기댓값으로 표현하면 되잖아. FTX 사장 이름도 굳이 SBF로 표기하는 건 또 뭐고.
그들은 선거 승리를 도덕적 승리로 여긴다. 다시 말해 자신들이 선거에서 이긴 게 나비형 투표용지, 선거인단, 물가상승률 등 우발적 요인이 반영된 결과가 아니라 자신들이 ‘역사의 옳은 편’에 섰다는 증거, 심지어는 신의 의지가 자신들을 향했다는 증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모든 선거가 그 자체로 실존적으로 중대한 사건이라고 여긴다.
다시 말해 그 자체로 너무나 특별한 사건이라고 생각하지, 그 결과가 기댓값 개념에 내포된 것처럼 여러 가능성 있는 결과를 포함하는 확률분포에서 나온다고 보지 않는다.
그리고 미묘한 차이, 복잡성, 다원적이고 확률론적인 사고가 끼어들 틈을 허용하지 않는다. 단일대오를 유지하는 게 워낙 힘들다 보니 같은 ‘팀’ 내에서 논쟁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리고 정치에 ‘베팅하는 것을 소름끼치도록 부도덕한 짓으로 취급한다.
정치에 배팅한다. 이걸 정의와 악 중 어느 한 곳에 배팅하는 것처럼 부당하게 보는 시선이 있다. 근데 삼성과 기아 경기에 배팅해도 열성팬 누군가는 선과 악에 배팅하는 거라고 보는 이가 있을 것.
정치 진형 중에 선악이 있을 수는 있는데. 투표 결과 자체는 여러 변수에 의한 결과다. 선이 진짜 선이라고 해도.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늘상 승리하는게 아니다.
나는 두 집단으로부터 상대 진영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그런 불만이 항상 조리 있게 표현되지는 않는 것 같다. 강사람인 나도 강을 비판적으로 볼 때가 많고, 강사람들은 이제 부터라도 정곡을 찌르는 비판을 경청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무쇠인간 steelman 논증을 여기서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무쇠인간 논증은 EA와 합리주의자들이 주로 쓰는 논증법으로 허수아비 논증(상대방의 주장을 왜곡해 부실하게 만들고 공격하는 것 -옮긴이)의 반대 개념이다.
말하자면 상대방의 견해에 반대하더라도 그 견해를 견고하고 조리 있는 주장으로 만들어보는 것이다.
말싸움에서 이기려는 목적이 아니라면(아니, 심지어 그런 목적인 경우라도), 무쇠인간 논증 = 관용의 원칙을 적용하는 게 옳다.
토론 상대를 위해서라기 보단, 일차적으로 나의 발전을 위해서도 옳다.
한국 사회에서 토론이 안 되는 이유가 뭔가? 일단 기분이 상해버리면 모든 게 틀어지기 때문. 발전적 논의가 이뤄지기 전에 상대 기분부터 상해버리면 아무것도 안 된다.
허수아비 때리기 말고 무쇠 인간 때리기를 해야, 유의미한 수련이 된다.
영국 올림픽대표팀을 연구하는 팀의 연락을 받았다. 그들은 최고의 선수들이 코츠가 연구한 최고의 트레이더들처럼 평소에는 스트레스 반응 수준이 낮지만 중요한 경기에 임할 때는 그 수준이 급상승한다 고 말했다.
심지어는 골프 선수들도 그렇다. PGA투어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운동으로 다져진 만큼 평소 안정기 심박수가 60 밑으로 내려 가기도 할 테지만 “대회 중에는 기본 심박수가 90~110이고 상황에 따라 더 치솟기도 한다”는 게 텐들러의 설명이다.
앞에서 설명한 ‘무아지경’ 같은 위험 반응이 나타나면 마치 꿈속에 서 프레임 속도가 높은 드라마 속으로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든다. 눈앞의 과제에 완전히 몰입하며 고조된 직관에 의해 주의력과 수행 능력 이 향상되니까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평온하다기보다는 명징한 상태다.
내가 무아지경이랄까 몰입을 경험했던 때를 생각해보면 스트레스 반응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포커 토너먼트에서 중대 한 순간에 그랬고, 사람들 앞에서 말해야 할 때 가끔 그랬으며, 심지 어는 극심한 마감의 압박하에서 글을 쓰거나 코딩할 때도 두어 번 그랬다. 선거일 저녁에 결과를 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 모든 경우 공통점은 수천 달러의 현금이나 미래의 잠재 수입이 걸린 중대한 황이라는 것이다.
중요한 순간에 침착할 필요 없다. 아드레날린 분비되는 걸 느껴라. 다운되는게 아니라 명징해지는 거다.
그리고 내용상에는 크게 중요하지 않는 내용 ‘샌프란시스코의 동성애 문화도 골드러시 시대에서 기원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골드러시 대문에 샌프란시스코로 미혼 남성들이 엄청나게 몰려드는데. 당연히 각자 짝을 찾기 마련이고. 그 중에는 동성애 남자들 비율도 당연히 있었던 것.
사실 지금도 나는 암호화폐를 프롤레타리아의 도박 수단으로 정의 한 마신스키의 말에 반쯤 공감한다. 마이애미에서 그가 내게 말했다.
“이미 부자인 사람들은 차세대 대혁신 기술이 나왔다고 막 달려들지 않아요. 이 바닥도 마찬가지죠. 완전히 새로운 집단이 생기는 거거든요. 5년 전에 집 없이 차에서 살던 사람이 운 좋게 비트코인 1,000개 를 산 거예요. 그 사람이 이제 친구들한테 말하는 거죠. ‘아야, 나 좀 봐봐! 너네도 빨리 들어와!'”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암호화폐 버블이 생긴 시점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가 불확실성에 빠지며 불안감이 들끓던 때였다. 젊은이들은 그렇잖아도 기후 변화와 정치적 혼란 등 걱정할 거리가 많은데 코로나19까지 겹친 것이다. 그러니까 2020년부터 2021년 초까지 세계가 얼마나 불안 정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사기꾼들에게는 최적의 타이밍이였다.
마리아 코니코바는 “사기꾼들이 잘 써먹는 게 인간의 뇌가 불확실 한 걸 싫어해서 항상 모종의 이야기를 원한다는 점이에요. 우리 뇌는 인과관계가 확실해서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이야기를 원해요. 그래 서 평범한 사람의 정신은 세상이 변하면서 한꺼번에 많은 일이 터지는 걸 감당하지 못해요”라고 내게 말했다.
마신스키나 SBF 같은 암호 화폐계의 고수들은 사람들이 간절히 찾던 권위자로 행세했다. 코니의 말을 빌리자면 사기꾼들은 세계의 변화를 “아귀가 딱딱 들어 맞게 설명하는 서사”를 제시한다.
새로운 세대에는 그에 맞는(도덕적이라는 소리는 아니고) 투자 대상이 등장하나 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