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맨이 아니어도 살아갈 만하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건 그대의 빛나는 눈만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건 그대의 따스한 가슴만이 아니었습니다. 가지와 잎, 뿌리까지 모여서 살아 있는 ‘나무’라는 말이 생깁니다. 그대 뒤에 서 있는 우울한 그림자, 쓸쓸한 고통까지 모두 보았기에 나는 그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대는 나에게 전부로 와 닿았습니다. 나는 그대의 아름다움만 사랑하진 않습니다. 그대가 완벽하게 베풀기만 했다면 … Read more

‘빗장’ 떠버린 사랑에 아직은 쓰라릴 친구에게

내 마음이 당신을 향해 언제 열렸는지 서럽기만 합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논둑길을 마구 달려보지만 내달아도 내달아도 속떨림은 멈추지 않습니다 하루종일 시도 때도 없이 곳곳에서 떠올라 비켜 주지 않는 당신 얼굴 때문에 어쩔 줄 모르겠어요 무얼 잡은 손이 마구 떨리고 시방 당신 생각으로 먼 산이 다가오며 어지럽습니다 밤이면 밤마다 당신을 향해 열린 마음을 닫아보려고 찬바람 … Read more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나 홀로 걷는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지기 전에 그대가 와서 반짝이는 이슬을 텁니다 나는 캄캄하게 젖고 내 옷깃은 자꾸 젖어 그대를 돌아봅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마르기 전에도 숲에는 새들이 날고 바람이 일어 그대를 향해 감추어 두었던 길 하나를 그대에게 들킵니다 그대에게 닿을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내 … Read more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고을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서 … Read more

공대생의 감성으로 쓴 자작시 [당신에게서 Uninstall]

당신을 기다리며 집 앞에서 두근대며 서 있지만 집에서 걸어 나온 당신의 첫 눈빛은 즐겁지 않았어요 함께 있어도 내 이야기보다 개인휴대 통신장비와의 교신이 우선이고요 나는 당신이란 운영체제에서 실행되는 프로그램 중 우선 순위가 최하위인 기분이 들었어요 여유 자원이 넉넉하면 그때서야 관심을 기울이는 다른 프로그램에는 그토록 친절하고 상냥한 당신, 그런 당신이라서 더욱 쓰리고 시립니다 이제 당신이 베풀어 주는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