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나 홀로 걷는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지기 전에
그대가 와서
반짝이는 이슬을 텁니다

나는 캄캄하게 젖고
내 옷깃은
자꾸 젖어 그대를 돌아봅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마르기 전에도
숲에는 새들이 날고

바람이 일어
그대를 향해 감추어 두었던 길 하나를
그대에게 들킵니다

그대에게 닿을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내 마음 가장자리에서
이슬이
반짝 떨어집니다 .

산다는 것이나
사랑한다는 일이나

그러한 것들이
때로는 낯설다며 돌아다보면

이슬처럼 반짝 떨어지는
내 슬픈 물음이
그대 환한 손등에 젖습니다

사랑합니다.

숲은 끝이 없고
인생도 사랑도 그러합니다

그 숲
그 숲에 당신이 문득
나를 깨우는 이슬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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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방송학과 홈페이지에 달마다 한 편의 시를 올리고 있는데

4월은 우야무야 지나가 버리고

5월의 시로 선정한 것이 김용택 시인의 ‘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요것!

김용택 박남준 안도현 세 시인이 사랑시를 모은 책인데, 그 서문이 참 멋지다

” 사랑도 넘치고, 사랑한다는 말도 넘치는 세상이다.
광란의, 뒤죽박죽의,
눈물바다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노래도 참으로 흔한 세상이다.

한반도의 남쪽 땅 한쪽에서 시를 쓰는
가난한 시인들이 어느 날 오붓하게
모여 술잔을 기울이다가 이렇게
의기 투합하였다. 함부로 사랑을 노래하는
자들에게 우리도 뭔가 좀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라고.

그래서 이 시집을 묶게 되었다. “

– 서문의 전문

아래글은 학과 게시판에 시를 올리면서 내가 덧붙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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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는 우리에게

‘시’ 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나요

당신에게 각 달마다 한 편의 시를 들려드리고 싶었는데

우야무야 잔인한 4월을 흘려버렸네요

5월은 여름의 지표들이 학교 곳곳에서 등장하는 달입니다.

포도송이처럼 피어 매달린 등나무 꽃, 살색이 짙어지는 여학생들

푸르름이라는, 어찌보면 태초부터 진부했을 여름의 지표가 또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런 푸르른 5월

당신의 숲에는 누가 와 있나요?

그 누구도 숲에 들여놓지 않고, 다시 갈색 붓과 흰색 붓이 푸르른 도화지를 차례로 덮고, 백지의 계절이 오기를 기다리나요.

글쎄요, 노랫가락이 생각납니다

‘계절은 다시 돌아 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당신, 당신

난 당신의 숲에 이슬 가득 묻힌 발걸음으로 찾아와 주는 그 누군가가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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