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은 토막난 순대처럼 운다’, 권혁웅

지금 당신은 뼈 없는 닭갈비처럼 마음이 비벼져서 불판 위에서 익고 있지 나는 당신에게 슬픔도 때로는 매콤하다고 말했지 당신이 생각하는 그이는 이미 오이냉국처럼 마음이 식었다고 일러주었지 그이를 한입 떠 넣는다고 해서 당신 마음의 뼈는 돌아오지 않는 거라고 닭 껍질처럼 오돌토돌한 소름은 숨길 수가 없는 거라고 얘기했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앞치마를 두른 채 조금 튄, … Read more

진인사대천명

진인사대천명.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하고 그 뒤의 결과와 인연은 하늘에 맡기자. 다음 기회가 왔을 때 실수를 없애거나, 줄이거나, 최소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계속 복기해 나갈 것. 당장 괴롭다고 밑바닥에서 허우적대며 뭍으로 올라가지 말자. 원래 해녀도 깊은 바다 바닥에서야 값비싼 전복을 캔다더라.

결혼단상_10년도 더 된, 아니 10년이 지나서야

군대 전역 후 비닐하우스 건설 현장에서 만난 형이 있다. 당시 그 형 나이가 서른 초중반쯤, 전역하고 바로 현장일하러 온 나를 꽤 좋게 봐 줬다. 알바가 끝난 후에도 종종 나를 불러 대구 시내에서 술을 사 주기도 했고, 가끔 늦은 시각에 우리집에 전화도 했다.(당시 나는 휴대폰은 물론이고 삐삐도 없었다.) 여자도 아니고 뭔 남자 동생 집에 밤 늦게 … Read more

삶의 지향

애초에 인생에 대단한 목적이 있는 건 아니라 생각했다.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띄고 이 땅에 태어났다’는 국민교육헌장이 교과서 앞 쪽에 붙어있던 시절 국민학교에 들어갔으나, 뭔가 덜 운명론적인 문구로 헌장이 수정되면서 이름도 초등학교로 바뀌었다.  민족 중흥까지는 됐다 싶지만 내 생의 목표는 직접 세워야 한다 싶었고, ‘내가 있는 곳을 지금보다 더 나은 곳으로‘라는 나름의 삶의 지향을 설정했다. 지금 돌이켜보니,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