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봉 전망대]애기가 愛妓(아끼는 기생)였어!

지금껏 ‘애기’를 아기라는 뜻으로 생각해, 애기봉이니까 이렇게 높이가 나즈막하구나. 그래서 남북 관계를 생각해 애기봉에 불을 밝히니 마니 뉴스에 나올때도, 어떻게 저렇게 아기 예수가 탄생한 거에 잘 어울리는 봉우리가 마침 저 위치에 있네 싶었다.

그런데, 애기의 원 뜻은 사랑하는 기생. 즉 사랑 애(愛)에 기생 기(妓), 평안감사가 사랑하던 기생과의 일화에서 나온 말이었다!몇번이고 전시관의 한글과 한자를 번갈아가며 봤다.

결국 애기봉은, 아가 봉우리가 전혀 아니고. 평안감사와 그의 기생 간의 로맨스가 담긴 봉우리라는 거다. 물론 당시 남녀 관계와 시대상을 현재 눈으로만 바라보는 건 문제가 있지만. 애기봉의 뜻을 알고 나니까, 전망대 2층 소품점에 파는 상품들에 애기라는 이름이 박힌 것들은 다 사기가 꺼려지더라. 아니, 세컨드건 써드건 사회의 시선과는 별개로 자기 좋아하는 사람 만나서 연애하는게 최고라 생각하지만. 고위직 공무원과 세컨의 로맨스를 새긴 기념품까지 내가 가지고 싶진 않더라고.

지금의 성 인지 감수성과는 너무 맞지 않는 봉우리 이름이지만. 이 이름을 하사 비슷하게 한 박정희 후광 때문인지. 이미 너무 오래 쓰인 지명이라서인지, 이름을 다시 바꾸자는 이야기는 없나보다. 하긴, 원래 이름인 쑥갓머리산보다는 애기봉이 한결 더 말맛이 살긴 하는데…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서 서해로 흘러들어가는 구간을 조강이라 불렀다. 사람이건 물이건 여럿이 한데 모이면 흥한건 자연의 이치인가 보다. 남북으로 갈라지기 전에는 수륙 교통의 요지이자 어업도 활발한 곳이었단다.

한때 수륙 교통의 요지이자 질 좋은 어장이었던 동네에서 쫓겨난 실향민들. 전쟁의 피해는 항상 가장 힘이 약한 사람들이 크게 겪는다. 하급 병사거나 현지 주민이거나.

해병대 전적비였나? 여기도 박정희 이름이. 전국 관광지에 그 이름 석자 새겨진 곳을 피해가기는 어렵다. 아이를 데리고 전국 여행을 떠나는 가장이라면, 어디서건 필연적으로 마주칠 그 이름 석자에 대해 뭐라고 말할지. 최소한의 입장정리는 해놔얄듯 하다.

여기서부터 북한사진. 전망대에 오르자 ‘저기가 위장 가옥’인가보다나는 관광객들의 대화가 들린다. 선전을 위해 지어진. 어찌보면 남한 손님의 외부 집들이를 위해 지어진 집 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누추하다. 가평이나 양평에 모텔 펜션 업자들이 들어가면 두달 안에 확 다 바꿔 놓을 수 있을텐데.

일전에 다른 전망대에서 듣기로는(아마 강화도였던듯), 원래 북한의 산은 워낙 벌목을 심하게 해서 벌거숭이 상태가 많은데. 남한 전망대와 마주하는 지역은 일부러 조림 사업을 열심히 하고 벌목을 자제한단다. 그럼에도 저정도로 휑하니.

사랑하는 기생의 봉우리(관기였다면, ‘기생 공무원의 사랑’)

평화의 종이었나? 직접 쳐볼수 있도록 대형 종이 마련되어 있는데. 뒷면을 보면 이런저런 한자리 한다는 분들의 이름이 새겨져있다. 우리민족 교류협회 임원들의 면면을 보면 화려하다. 순복음교회에 사랑의 교회에 법무부. 그들이 진정으로 민족 교류를 하고 싶어하는지, 그들끼리의 교류를 위해 단체명이 필요한건지는 모르겠으나.

여기는 북한이 아니라, 오른편에 펼쳐진 파주 대형 건물(아마 엘지 공장)과 아파트 단지.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이 마치 강원도에서 마주치는 낙석 마냥 든든하달까? 건너편 북한 주민도 저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들을 다 볼텐데. 불필요한 과시성 체제 경쟁은 진즉에 끝나지 않았을까.

좀 뜬금없다 싶게. 여기는 무인 외팔 로봇 바리스타가 있다. 제조의 효율성만 생각하면 저 팔이 없는 쪽이 훨씬 더 좋을것 같은데. 아마 보여주는 퍼포먼스의 성격이 있지 않을까. 아직 기계적 완성도가 완벽하지는 않은지 내 카라멜 마키아또를 만들면서 카라멜 시럽을 흘리는 모습이 찍혔다. 하긴, 인간 바리스타도 얼마든지 저정도는 흘릴 수 있으니……

아, 칠칠맞지 못하게 시럽을 흘리기도 하지만, 컵에 뚜껑을 닫을 때는 약간 소름이 돋았다. 그 미묘한 압력을 잘 구현해 냈다는 느낌. 공공기관이 만든 관광지에서 무인 바리스타를 만나니 느낌이 새롭다. 확실히 로봇 침투율 글로벌 1위 국가 답다!

애기봉 전망대 카페테리아 로봇

이건 메뉴, 아메리카노와 다른 메뉴간 가격차가 크지 않다. 로봇의 시설비를 생각하면 꽤 저렴한 가격대.

3월 2일부터는 유료 입장이니, 무료 입장으로는 거의 끝물에 입장한 셈이다. 주민등록증 필요없이 간단하게 이름 주소 연락처만 적고 들어가는데, 남조선 체제에 자신감이 붙더니 안보관광 절차도 점차 간소화해지는 듯하다.

북한과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1.3KM 거리에 있는 전망대로서 가볼만했다. 규모는 작지만, 이제 입소문 타면 임진각에 비견할 만한 안보 여행지가 되지 않을까.

장소: 애기봉평화생태공원 ·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평화공원로 289
장소: 애기봉 ·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평화공원로 139
장소: 애기봉전망대 ·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조강리 산59-13

앗차차! 애기의 뜻에 이어 오늘 알게 된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 괭이갈매기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닮아 ‘괭이(고양이)’ 갈매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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