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strong>그러니 그대</strong> 사라지지 말아라책 제목 :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저자 : 박노해
정가 : 18000원 (할인가 : 16200원)
출판사 : 느린걸음
출간일 : 2010. 10. 16

설에 고향에 내려가니 후배가 묻더군요.

요즘 무슨 시집 보냐고요.

대답 못하겠더라고요.

직장생활 만 1년 채우는 동안 새로운 시집을 발굴하기 위해 책장이건 인터넷이건 뒤진 시간이 거의 없으니

몇 주전 서점에서 빈둥대가 발견한 박노해 씨의 신작시집은 좀 충격이었습니다.

빨간색 표지에 검은색 띠지가 둘러져 있고, 띠지에는 ‘박노해 12년만의 신작詩’라고 적혀있더군요.

책의 초판 발행일이 2010년 10월 16일.

그 날의 나는 어떤 일, 어떤 생각하며 살았을까요.

560쪽에 달하는 시집을 술술 넘기며 마음에 드는 시마다 플래그잇(책갈피)을 꽂아두니 열개가 훌쩍 넘어가네요.

책갈피만 보면 마치 전공책을 단원별로 정리한 모양새입니다.

‘박해받는 노동자 해방’을 뜻하는 박노해를 필명으로 쓰는 박기평 씨,

사상을 전향했다고 그를 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당최 어디서 어디로 전향한 걸까요?

시인은 단순히 말장난에 능한 사람이 아니라,

시대의 모순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하는 기자가 아닌가 합니다.

이번 시집에서 박노해 씨의 발걸음이 해외로 넓어졌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일정부분 여유가 생긴 것이겠지요.

불온한 노동자, 그런 노동자들의 해방을 외치는 박기평 씨의 시를 하나만 만나봅시다.

앞으로 ‘시’ 폴더에서 나머지를 만날 수 있을테니

분쟁 현장과 굶주린 땅을 밟을 때마다

어김없이 번득이는 총칼이 나를 영접한다

돌아오면 나의 조국이 나를 환영한다

당신은 세계에서 찍힌 ‘위험분자’야

무력한 시인이 위험한가

그래, 나는 위험분자다

생각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생각이 올바르기 때문에 위험하다

세상을 파괴하기 때문이 아니라

세상을 창조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라

헌신적이어서 위험하다

가진 자와 지식인을 타기해서가 아니라

가난한 약자들에게 지성을 불어넣기에 위험하다

낡아진 오늘의 세계와 관념을 타도해서가 아니라

다가오는 미래현실에 예민하고 충실하기 때문이다.

그래, 무력한 시인은 위험분자다

– 위험분자, 책 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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