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유명한 걸로 유명한 지역이 있다. 경기도 시흥, 경상도 영주 같은 곳. 이렇다할 특색이나 전국구 뉴스 오르내릴 일도 없어 평온하게 그 지역 사람들은 잘 지내는 동네.
서울 25개 구 중에는, 강남구나 용산구처럼 존재감이 확실하고 그 이름 자체가 타 시군구보다 유명한 곳도 있지만. 중랑구처럼… 서울에 익숙치 않은 사람은 저런 구가 있었나 싶은 곳도 있다.
그런데, 떠들석하지 않은채 중랑천을 끼고 이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까지 근처 교차로에 다 붙어 있는 이 곳이야말로. 서울의 화려한 일면이 아닌. 수십년 이상 서울에 정착해 사는 소시민이 모여 사는 배드타운을 잘 보여주는 곳이란 느낌이다.
얼추 10킬로 이상 걸었는데. 일일이 기록하긴 어려워 간단히 망우역에서 답십리까지 최단거리로만 표기해둔다.

우리가 간 바로 전날 마지막 영업을 한 상봉터미널. 달리 말하면 폐업 첫 날 방문했다. 안에는 운전학원 접수처와 중고차 매물 몇대가 전시되어 있더라. 최근 들어 이용객이 줄어든건줄 알았는데. 뉴스보니 이미 90년대부터 이용객이 줄어들었고, 행정 절차상 폐업을 위한 법적 공방이 지리하게 이어지다 23년도 되어서야 폐업. 이정도면 어여 곱게 보내주는게 맞지 않나 싶을 정도.
그 때문인지 주변에는 상봉 터미널의 마지막을 아쉬워하는 흔적을 찾아보긴 어려웠다.(‘추억이 깃든 뭐뭐뭐’ 같은 작은 플랑 같은 것도 없고) 20년 전 인제에서 군생활하던 나도 상봉터미널 아닌 동서울 터미널로 다녔으니…
이래서 어디에 자리잡느냐는 정말 중요하다. 한번 잡은 지리적 위치는 바꿀 수도 없으니.


정의롭지 않은 이들이 유독 정의를 강조한다더니. 중고차 시장이 얼마나 믿을 수 없으면 가장 믿을 수 있다고 강조하는건지…

강남 쪽에선 쉽사리 경험하기 어려운, KTX 열차와 지하철이 함께 있는 모습. 강북에서는 종종 보는 듯.

김영삼을 스타 정치인으로 만들어준 사건이자 현대사 분수령의 응축에 일조했을 YH여공 사건의 그 공장이 녹색병원이었단다. 동네 한가운데에 뜬금없이 들어선 대형병원이라 신기했는데. 그 전에는 공장이었다니. 그건 더 낯선 풍경 아니었을지. 아니면 그 때 당시엔 그게 너무나 당연하고 일상적인 풍경이었을지도.

‘벌처럼 날아 나비처럼 쏜다.’ 무하마드 알리 명언을 연상시키는 복싱 체육관. 올드한 이미지에서 다이어트 + 어느정도 팬시한 느낌까지 가미해 요즘 복싱은 다시 살아나는 모양새다. 본질을 버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 포장은 바꿔야 한다. 그래야 진열장에서 선택받을 수 있으니.

동네 안을 돌아다니면 애견인구가 늘었다는걸 새삼 확인한다. 개 용품 판매점이 늘어난 건 너무 당연하고 이처럼 기발한 개 미용실도 있고. 요즘은 강아지를 키우는 1층 가게도 점점 더 많아지는 듯 하다. 더 이상 개에게 경계 임무를 맡기는 도시 가계는 없는 듯.

중랑천 풍경. 도림천보단 확실히 크고 딱 안양천 보다 약간 작은 크기랄까. 이 정도 크기의 강이어야 동네 생활권에서 즐길 운치가 있지. 한강은 동네 운치 운운하기엔 너무 크다. 그 스케일에서 오는 멋이 있긴 하지만.
대구 신천도 요즘은 주변 부지를 잘 가꾼다고 하지만. 서울 처음 올라와 가장 놀랐던 도시 인프라가 하천 정비다. 자전거 탈 곳도 산책할 곳도. 서울은 참으로 많구다 싶었다.

예전 시장을 관통해 개발중인 모습. 39층 49층 주상복합이 이리도 많이 들어서는데. 아직도 집이 부족할런지.

자동차 부품 상가. 이 마저도 경기도 외곽으로 넘어가고, 작은 부피의 단일 부품은 온라인 유통으로 넘어가지 않을지.

일견 놀랍게도. 이미 대구 같은 지역 도시에선 다 사라졌을 3층짜리 아파트를 서울에선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어차피 100년씩 유지할 수 있는 내구성 건축물이 아니라면, 사람이 더 편히 살기 위해 허물고 다시 짓는게 맞겠지.

중랑구 시장 두 곳을 돌아다니며 좀 역설적인 가설을 세웠는데. 바닥 정비가 번듯하게 잘 된 시장일수록 장사가 안 되고. 적당히 바닥이 깨지고 투박한 시장일수록 장사가 잘 된다. 왜냐면 장사 잘 되는 곳은 바닥 공사할 겨를이 없기 때문. 매일 매출이 높은데 바닥 깐다고 손님 못 받으면 손해. 은마아파트 상가는 건물이 아무리 낡아도 장사 잘 되니 재건축을 찬성할 이유가 하등 없듯.


이제 하다하다 옷가게까지 무인으로 하는 시대가 왔다. 시장에서 무인 계란가게 보고 잘 될까 의문이었는데. 옷가게까지 무인이라니. 이건 더더욱 잘 될까 싶은데… 모르지, 올리브영처럼 재미로 쇼핑하는 공간이 될 지도. 항상 나를 소비자로 상정해 시장을 보면 안 된다. 이 사람은 나보다 훨씬 큰 돈을 들여 시작한 사업이니. 나름의 셈이 있을 것.

무인도 인기지만, 그 반대급부로 인간 만이 할 수 있는 영역도 인기다. 정확히 말하면 이미 기계가 여러모로 더 경제적으로 해내고 있지만. 취미의 영역에서 오직 인간만이 손으로 해 내는 산출물인 핸드메이드 뜨개질 가게. 현대인에게 달리기는 더 이상 이동수단이 아니지만 취미로 각광받듯. 뜨개질도 AI시대에 오래 살아남을 하나의 아이템이 아닐까.

입주한 건물 벽돌 색에 적절히 맞춰 만든 간판. 아주 심플하지만, 많이 고민한 결과일 듯. 주인장 식견도 있고. 대부분 가게 주인은. 저 빈 공간에 가득 뭔 갈 채워 넣을 생각부터 했을테니. 비운다는 판단은 용기다.

정작 코스트코 이야기는 하나도 안 들어있는데. 이정표로 코스트코 찍어본다.
장소: 코스트코코리아 상봉점 · 서울특별시 중랑구 망우로 3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