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람 판소리 ‘눈, 눈, 눈’_대저 국악이란 무엇인다

1.

극의 배경이 러시아 영하 28도 새벽 벌판이다. 한국에서 이 온도와 장소를 체감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는 감히 해당 공간을 겪어 본 당사자라 할 수 있다.

군에서 혹한기 훈련을 하면 강원도 인제의 DMZ로 들어가는데, 해가 지자 내 전자식 시계가 점점 흐릿해지더니 먹통이 되어버렸고. 막대식 온도계는 영하 20도에서 더 이상 뚫고 내려갈 기온이 없어 측정이 불가했다. 훗날 부대 복귀해 들어보니 그 날 공식 기온이 영하 28도였다고 함.

2.

판소리는 국악이다. 근데 국악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정의로는 ‘한국의 전통 음악을 넓게 이르는 말’인데. 전통이란 곧 현대 실생활에서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고 가끔 어떤 이벤트가 있을 때만 소비되는 것에 붙여 놓은 딱지로 보면 된다.

나 한국인. 근 반백년 살았는데 판소리 라이브를 접한 적이 한번도 없다. 반대로 케이팝이라 할 가수 라이브는 손발 합쳐도 모자랄 정도로 많이 접했지.

3.

해외에서 한국의 국악, 판소리, 사물놀이가 널리 울려퍼져 세계가 감동했다는 식의 국뽕 멘트는 이제 식상한데. 공교롭게도 이자람의 이번 판소리도 흥행 루트는 동일하다.

불란서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흥했다는 걸 셀링 포인트로 국내 흥행을 이어가는 공식. 이게 나쁘다는건 아니다.

다만, 지금의 케이팝은 국내 흥행 후 해외로 퍼지거나. 혹은 해외에서 유행하는지 아닌지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이미 자생을 넘어 강한 경쟁력을 가진 문화 콘텐츠와 아닌 콘텐츠의 차이.

4.

이자람 인터뷰에도 판소리 장르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당신에게 판소리는 어떤 자리인가’라는 질문에, ‘한국 사회에서 판소리는 여전히 재발견이 필요한 낯선 전통 예술’이라 답한다.

내게는 취미로 즐기는 살사 음악보다 낯선게 판소리인데, 그도 나도 언젠가는 더 많은 이들이 좋아해주겠지 하며. 아니, 실은 별로 그런 기대를 강하게 하지는 않으면서 그저 좋으니 즐기고 있지 않을까.

단순 소비자인 나와 아예 새로운 창극을 만들어가는 생산자랑은 다르겠지만.

5.

‘미디어가 곧 메시지’다.

비록 공연 무대 안에서도 관객과 호흡을 시도하긴 하지만. 5일장 같은 저잣거리에서 호흡하는 판소리랑은 완전 다를텐데.

공연 무대에 올라가는 판소리는 얼마나 더 기능할 수 있을까?

6.

판소리가 고작 300년 역사라니. 좀 의외였고. 참으로 내가 국악 카테고리를 모르는 구나 새삼 깨달았다.

판소리 역시 누군가, 어떤 주류에게 ‘국악’이란 이름으로 발탁되어 보존과 계승의 대상이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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