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고래’를 읽고 쓰되 고래와는 별 관련 없는 독후감

고래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책 제목 : 고래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저자 : 천명관
정가 : 12000원 (할인가 : 7920원)
출판사 : 문학동네
출간일 : 2004. 12. 18

아래 독후감에는 소설 고래의 줄거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전체적인 감상평도 아닙니다.

고래의 수염 일부나 내장 일부, 점심에 삼킨 플랑크톤의 비늘(걔한테 비늘 같은게 있다면) 같은 극히 미미한 부분을 잡고 끄적인 글입니다. 

계집이란 건 어차피 창녀야. 사내에게 가랑이를 벌려주는 대가로 밥을 얻어먹고 사는 존재지.

창녀가 남들과 다른 것은 구멍을 대주는게 여러 놈이라는 것뿐이야.

그 대신 창녀가 되면 한 놈에게 얽매이지 않고 인생을 자유롭게 즐길 수가 있어.

– 315쪽

옳다,

그리고 그 건너편 이야기를 하자면,

‘사내라는 건 어차피 여자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가기 위해 일하는 존재지.’

결혼은 한 여자의 가랑이에 대한 법적 독점권을 보장받는 일이고.(사실은 상호 독점)

교미하고, 번식하고, 양육하는… 인간이 대를 이어가는 과정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는 것.

이 응모작에 따르면 소설이란 무엇보다도 내레이션이다.

소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말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말하느냐라는 것이다.

– 428쪽, 문학평론가 신수정씨의 심사평

살사 동기한테 이 책을 선물 받은만큼, 살사와 관련된 생각이 났다.

‘살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패턴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패턴을 하느냐라는 것이다.’

정도로 변용될 수 있겠다.

이야기의 소재는 명확히 드러나지만, 그 소재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쉬이 표현하기 어렵다.

살사 패턴은 눈에 명확히 드러나지만, 그 패턴을 어떻게 주고 받는지 둘 만의 긴장감을 명확히 알기란 어렵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식의 예시일까.

특히 성균관대 국문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늦게 군대에 온 분이 있었는데 그분에게 문학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었어요. 주로 구비 문학과 시에 대한 얘기였던 것 같아요. 소설을 쓰다보니 새삼 그때 생각이 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저는 문학, 좁게 얘기하면 소설 그 자체를 목표로 삼고 있는 작가는 아니라고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이 문제는 저 스스로도 계속 고민해봐야 할 문제지만 영화를 하다가 소설을 쓰고, 그런 사실들로 미루어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 437쪽, 작가 인터뷰

우리(좁게는 나와 우리 동기들)는 춤, 좁게 이야기하자면 살사 그 자체를 목표로 삼고 있는 춤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좁은 테두리에 살사가 있고,

그 울타리 너머 차차, 바차타, 메렝게 같은 라틴 댄스가 있고,

그걸 넘으면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행위인 춤이 있고,

한참 먼 울타리를 넘어서면 놀이, 유흥… 그게 있지 않나 싶다.

즐겁기 위해, 재미나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이 인간 본연의 모습 중 하나 아닌가?

그렇다면 너무 살사에 매여 애초에 우리가 열고 들어갔을 문을 잊으면 안 되잖아.

사실은 여기가 유흥의 땅이라는 것. 그 중 한평에 살사판이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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