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개의 바람 되어] 얘들아, 내 무덤 앞에선…

  = 천 개의 바람이 되어 =

(a thousand winds)

–  원작자 미상/ 신현림 번역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마세요

나는 거기에 없습니다. 나는 잠들지 않습니다.

나는 천의 바람, 천의 숨결로 흩날립니다

나는 눈위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입니다.

나는 무르익은 곡식 비추는 햇빛이며

나는 부드러운 가을비입니다.

당신이 아침 소리에 깨어날 때

나는 하늘을 고요히 맴돌고 있습니다.

나는 밤하늘에 비치는 따스한 별입니다.

내 무덤 앞에 서서 울지 마세요

나는 거기 없습니다. 나는 죽지 않습니다.

= A thousand winds =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

I am not there, I do not sleep.

I am a thousand winds that blow.

I am the diamond glint on snow.

I am the sunlight on ripened grain.

I am the gentle autumn rain.

When you awake in the morning’s hush,

I am the swift uplifting rush

of quiet birds in circled flight,

I am the soft stars that shine at night.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cry,

I am not there, I did not 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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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림 포토에세이 “천개의 바람이 되어” 메인 시라고 할 수 있다.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마세요  나는 거기에 없습니다. 나는 잠들지 않습니다.”

나 역시 내 무덤 앞에서 누구도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울음을 쏟아내는 건 생리학적으로 건강에 좋은면도 있다던데, 그렇다면 내 무덤이 좋은 일 한 번 하는 셈인가?

장자는 아내의 무덤앞에 항아리를 끼고 누워 노래를 부르더란 고사가 있다.

사람의 죽음은 자연의 이치이니 그리 슬퍼 할 일이 아니란 말이지

장자의 수천년 묵은 그 깊고도 깊은 사상을 복학 새내기 주제에 어찌 다 이해하겠나만, 그는 분명 동양제일 낙천가라 하겠다

내 장례식에도 지인들이 와서 자연의 일부로 돌아간 나를 축하해 줬으면 좋겠다

맛 좋은 도시락을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엔 뿌~연 막걸리가 좋겠다

새로 입힌 잔디 때 위에 둘러앉아 나랑 즐거웠던 일, 힘들었던 일 모두모두 풀어 던지면서
이제는 더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우윳빛 막걸리에 섞어 들이키고는
자연으로 돌아간 나를 축하해 주는 시간을 가져줬음 좋겠다

까짓거 울어도 좋다. 그건 그 나름으로 좋다

밑은 시의 배경이 된 김치국물 만큼이나 시큰한 이야기.  배경을 알고나면 내 감상이랑은 좀 딴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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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감동시킨 아름다운 시    

<천 개의 바람이 되어>가 유명해진 것은 영국 청년 스테판 때문이었다. 1989년 24세의 영국군 병사 스테판 커밍스는 IRA(아일랜드 공화국군)의 폭탄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생전에 스테판은 ‘무슨 일이 생기면 열어 보세요’라며 한 통의 편지를 남겼다고 한다. 사후 개봉된  편지에는 <천 개의 바람이 되어>가 들어 있었던 것. 장례식 날, 아버지는 아들의 편지를 낭독했다. 그가 시를 읽는 장면은 BBC 방송을 타고 전국에 알려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시의 복사본을 구하려고 하였다. <천 가지 바람이 되어>는 지난 60년간 가장 많은 리퀘스트를 받은 영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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