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릴없는 편지

유후~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겨울엔 편이 얼어 못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수취인 불명 반송은 슬퍼요

창문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고시원에는 창문이 없을지도 몰라요

얼마나 많은 날이 가야 하나요
언제쯤 난 괜찮아질까요
일년은 고작 365일
포유류는 오래 살아야 120년 뿐예요

하느님도 외로워 눈물 흘리신다
글쎄, 소개팅이 맘에 안 드셨을까

눈 뜨지마
코 베어 갈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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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네 남자가 함께 커 갔던 자취방 ‘일취월장’ 의 숙소인 ‘짤방’에 누워 두서없이 써 내려간 글

노래가사와 싯구와 나의 즉흥 발상이 짜파게티처럼 버무러져 있다.

수첩에 써 놓은 걸 보고 일취월장 애들이 다들 웃더만,
취업 하지말고 시인 하라고~

싱숭밍숭맹숭댕숭하던 그 느낌…

포유류로 태어나 길어야 120년이라는 생의 유한성,
그 짧은 시간조차 부치지 못한 편지와 잊어야 한다는 맘으로 눈물 흘리지.

차라리 눈을 감아버리자니 코 베어 갈지도 모르고…

그 날 밤,
잠든 청년의 등 밑으로 퍼런 파도가 어른어른 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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