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의 본질은 무엇일까?
내 답은 ‘보스의 세력 확인’이다.
회식은 모일 회會에 밥 식食을 써서 사람들이 함께 모여 밥을 먹는단 뜻이다.
회사(이것도 모일 회를 쓴다)에서 열리는 회식 자리엔 반드시 리더가 있다.
그 자리의 장이 있단 소리.
예전 농촌사회 같으면 그 장이 음식을 마련하겠지만 철저하게 분업화된 지금엔 결제카드를 들고 나온다.
개인 카드가 아닌 법인 카드라도 결제의 당위성은 모임의 장(혹은 그 위의 장)이 부여하니 마찬가지.
자리도 복잡한데 굳이 정시 퇴근하는 사람을 콩나물 시루처럼 꽂아놓고
먹기 싫다 할수록 오기가 생기는지 폭격기가 되어 폭탄주 투하를 몇 차례 실시하면
어느새 회식 자리는 초토화.
건설사 인턴 시절, 몇 번이나 토하고 다시 자리에 돌아오는 신입사원도 봤다.
화합을 가장한 회식 자리는 왜 이런 폭탄주 융단 폭격장이 되는 걸까?
그 답을 융단폭격 명령을 내리는 보스에게서 찾는다.
자신의 권력이 미치는 범위와 정도를 확인하고픈 그.
부하를 (사실상 업무와 무관한)회식자리에 몇 명이나 부를 수 있는지,
부하들이 (업무 지시와 무관한)내 명령에 폭탄주를 얼마나 군소리 없이 먹는지,
그런 것들을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다.
리더라는 자들은.
회식 자리에선,
온 자와 오지 않은 자
마신 자와 마시지 않은 자
끝까지 살아 남은 자와 중간에 돌아간 자로 갈리고
(업무 능력과 무관하게) 전자가 후자에 비해 승진 등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에 오르게 된다.
그럼 리더를 제외한 직원들은 무엇 때문에 회식 자리에 오는가?
1. 무리에서 소외 되는 두려움
2. 공짜 음식과 술
이 두 가지가 강력한 유인인 듯.
침묵이 두려워 폭탄주를 만들어 나눠 먹는다.
모임의 공허함을 기름기 그득한 안주로 메우려 한다.
저녁엔 혈중 알콜농도가 치솟았다가 아침엔 그 그 농도가 0이 되면서 ‘숙취’라는 댓가와 싸운다.
(혈중 알콜 농도가 0이 될 때 숙취가 가장 심하다고 한다)
대한민국 비즈니스 맨들은 밤이 되면 뭐가 그리 두려운걸까.
‘오늘 술 한잔 합시다’ 라는 말에 모두가 즐거워하는 직장에서 일 하고 계십니까?
혹시, 당신은 어떤 회식 리더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