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글쓴이를 분리할 수 있을까 ‘소설가 김훈 씨를 생각하며’

김훈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매부수로든 사회적 영향력으로든, 아니면 팬 수로든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작가일 것이다.

그를 유명하게 만들어 준 ‘칼의 노래’ 같은 소설은 한 권도 안 읽었지만 ‘너는 어느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등의 수필집은 서너권 읽었다.

 

잘 쓰더라.

군더더기 없이 비유며 리듬이 멋지더라.

 

다만 내 취향은 여전히 타고난 동네 이야기꾼 석제형(소설가 성석제)이고, 김훈의 글은 ‘오오~ 이런 식도 괜찮은데’ 정도 였다.

그런데 얼마전 5.18 30주년이 되면서 트위터를 통해 김훈이 한국일보 기자 시절 전두환 장군 의지의 30년-육사 입교에서 대장전역까지’ 기사를 쓰며 용비어천가를 불렀다는 사실을 알고 적잖이 실망했다.

거기에 2000년(이것도 벌써 10년 전이네) 한겨레 21에 실린 김훈 씨의 대담은 실망이 아닌 어리둥절에 가까운 감정을 안겨줬다.

 

한겨레21 : [쾌도난담] 위악인가 진심인가 

http://www.hani.co.kr/section-021023000/2000/021023000200009270327078.html

 

 그의 글쓰는 실력이 탁월 하다는 데에 이견을 달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다만, 글쓴이를 존경할 수 없는데 글에서 감명을 받을 수 있을까?

글과 글쓴이를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을까?

분리할 수 있다면 어느 선일까?

단순히 소설이라면?

정치적 판단이 배제된 소재의 수필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철수형(안철수 박사)이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신은 10년이 지난 후에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글이 아니라면 쓰지 않는다고.

 

신기에 가까운 화려한 요리 보다, 굶주린 사람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정직한 요리.

그것이 본질인가…

 

이제 그의  책장을 넘기기 꺼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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