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에서 콘돔 구출하기

지난 번에 산 베일리스는 정말이지 별로 였다.
깔루아랑 비슷한 초코+커피 맛이 난다 길래 2병이나 샀는데…
어떤 비율로 섞어도 맛이 안 나는 겨.
(특히 토닉워터랑 섞었을 땐 견딜 수 없어 싱크대로 투하 ㅜ.ㅜ…)
이래서 대부분의 바에 깔루아 밀크는 있어도 베일리스 밀크는 없구나 싶더라고.
오늘은 달달한 깔루아를 사러 이마트 출동.
늘 그렇듯 변함없는 선반에서 날 기다려줘서 고마워 루아~
100ml당 4210원이라는 가격표를 보고 초록불이 깜빡 거리는 횡단보도를 마주한 듯 망설였지만, 이내 난 너를 향해 달리기로 했어.
그리고 또 뭐 필요한 거 없나~
생존에 필요한 결핍을 채운다기 보다는 필요를 위한 필요를 채울 재미난 상품이 없나 돌아다니다 면도기 코너에 도착.
마침 면도 거품이 푸시식 소리를 내며 자기 안에 든 가스를 온전히 비워 깡통으로 환원되기 직전이었기에 쉐이핑 폼 선반으로 갔지.
어김없이 다가오는 여직원의 부담스러운 친절.
아… 당신을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이마트의 명찰을 가슴에 달고 있지만 사실은 00인재개발 뭐시기 하는 식의 인력파견 업체 직원이라는 것.
비정규직, 파견직 등 왜곡된 고용체계로 인한 구조적 약자라는 것을.
덧붙여 담당 상품을 많이 팔아야 성과급이 나오는 체제라는 것도 들었어요.
(성과급 부분은 나이트에서 만난 분한테 들은 건지 해운대에서 만난 분한테 들은 건지는 기억이 안 나요)
하여튼 신상품에, 피부 자극 없고, 부드러우며, 그 무엇보다 세일 품목이라 1500원 할인 한다는 말에, 
그리고 당신의 구조적 아픔이 베어있는 부담스러운 친절 설명을 그만 듣고 싶어 ‘시크 스킨 프로텍트 센스티브 200ml’를 후딱 집어 들었다.
(절대 간접 광고 아님)
그리고 발길을 옮기려는 찰나, 쉐이빙 폼 진열대 바로 다음 칸이 콘돔 전시회, 아니 전시대가 아닌가!
‘절대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자연스럽게 발길을 옮기자’
그리고 습습후후… 선반에서 완전히 벗어난 후 다시 뒤를 돌아보고는 몹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콘돔 전시대 근처에 여직원들 3명이 포진해 있는 것이 아닌가.
정확히 말하면 총 4명의 여직원이 면도기 코너에 있는데 2명은 콘돔 선반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고 한 명은 바로 그 옆에(즉 쉐이빙 폼 앞에)서 지키고 있다.
…… 저기서 콘돔을 고르고 있으면 여직원들은 어김없이 친절한 설명을 해 줄까…
‘신상품에, 피부 자극 없고, 부드러우며, 그 무엇보다…… 무엇보다….’
무엇보다 어떻게 저기 들어가서 콘돔을 구출해 내느냔 말이지?
저런 구조에서?
이거야 말로 구조적 문제야!
이마트에서 콘돔을 구매하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신세계 이마트의 통큰 전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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