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짝꿍 현순이를 한양에서 만났다.
급식 반찬을 묻던 시절
스타 팀플레이 전략을 짜던 시절
취업과 경제를 논하던 시절
그런 시절을 거쳐,
이제 결혼과 육아 이야기를 나눌
첨 만났을땐 상상 못했던 나이
서른 두해 봄에 내 고등학교 짝꿍 현순이를 현충원에서 만났다.
나라를 지키려는 자와 팔아먹으려는 자가 나란히 묻혀있는 괴상한 곳에서.
우리는 우리가 커 온 동네의 상전벽해를 이야기했지만,
사실 우리가 기억하는 모습은 최소 10년, 길게는 20년 전 이야기다.
강산이 두번 리모델링 된다는 시간
그 시간을 한 번더 거치면 우리는 쉰 둘이 된다.
국민학교 5학년에게 서른 둘이 와닿지 않는 것처럼,
미친 집값과 뚝배기 한 그릇 만오천원에 어이없어하는 서른 둘에게
쉰 둘이란 숫자는 들어오지 않는다.
현순이는 예전을 그리워했다.
드림캐스트와 플레이스테이션과 각종 게임기를 사 모으며 열중하던 고교 시절을
좋아하는 여자의 맘을 돌리기 위해 출근길에 유턴을 감행하던 이십대를
드캐와 그녀를 그리워하는게 아니라, 거기에 열광하던 자신을
뭐여… 2013년 집값은 2018년 지금에 비하면… 창고 대방출. 패밀리 세일 수준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