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짝꿍을 다시 만난 날

고등학교 짝꿍 현순이를 한양에서 만났다.

급식 반찬을 묻던 시절

스타 팀플레이 전략을 짜던 시절

취업과 경제를 논하던 시절

그런 시절을 거쳐,

이제 결혼과 육아 이야기를 나눌

첨 만났을땐 상상 못했던 나이

서른 두해 봄에 내 고등학교 짝꿍 현순이를 현충원에서 만났다.

나라를 지키려는 자와 팔아먹으려는 자가 나란히 묻혀있는 괴상한 곳에서.


우리는 우리가 커 온 동네의 상전벽해를 이야기했지만,

사실 우리가 기억하는 모습은 최소 10년, 길게는 20년 전 이야기다.

강산이 두번 리모델링 된다는 시간


그 시간을 한 번더 거치면 우리는 쉰 둘이 된다.


국민학교 5학년에게 서른 둘이 와닿지 않는 것처럼, 

미친 집값과 뚝배기 한 그릇 만오천원에 어이없어하는 서른 둘에게

쉰 둘이란 숫자는 들어오지 않는다.



“고교 짝꿍을 다시 만난 날”에 대한 2개의 생각

  1. 현순이는 예전을 그리워했다.

    드림캐스트와 플레이스테이션과 각종 게임기를 사 모으며 열중하던 고교 시절을
    좋아하는 여자의 맘을 돌리기 위해 출근길에 유턴을 감행하던 이십대를

    드캐와 그녀를 그리워하는게 아니라, 거기에 열광하던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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