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본 호텔이 몇 없긴 하지만, 개중 가장 좋았다. 물론 좋았다는 표현은 지불 가격 대비 효용이 높았다는 뜻. 역시 ‘가성비’는 시대의 화두!
어차피 쉐라톤 호텔 사진이야 인터넷에 차고 넘치니, 나까지 차별화되지 않은 사진으로 디지털 쓰레기를 늘릴 필요는 없어 보여, 투숙 소감만 기록해 본다.
– 수영장
ㄴ 19m 길이에 3레인이라고 소개하지만, 실제로 줄은 하나만 쳐져 있어서 2개 레인이라 보면 된다.
ㄴ 고급스러운 수영장 인테리어, 무료로 제공되는 썬배드와 비치타올.
ㄴ 떠드는 아이들이나 인파만 없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공간. 아이들이 점령하기 전 시간대를 노리자. 오후 1시~4시 상간?
– 사우나
ㄴ 호텔 사우나는 동네 대중 사우나와 달리, 호텔의 부대시설 개념이라 그런지 늘 전체 공간은 협소하다.
ㄴ 클래스는 디테일에서 오는 것인가, 화장솜과 헤어왁스가 비치된 것을 보고 놀람
ㄴ 클럽룸은 사우나가 무료인데, 그 미만 투숙객은 1회 16,500원이라는 안내를 봄. 호텔 사우나만큼 제 가격 내고 이용하기 아까운 시설이 없음. 호텔 사우나를 정가로 이용하는 시절이 오면, 그땐 정말 내가 중산층 진입했다 봐야겠지.
– 피트니스센터
ㄴ 좋은 기구, 쾌적한 GX룸. but 웨이트 트레이닝 존이 너무 좁아 둘이 하기엔 빠듯. 벤치는 두 개가 놓여있으나 파트너가 아닌 이상 같은 공간에서 웨이트 하기엔 민망함.
ㄴ 의외의 장점, 인바디를 자가측정해서 바로 프린트해서 갈 수 있다. 나도 몇 년 만에 다시 측정.
ㄴ 운동복과 양말은 사우나에서 대여 가능.
– 룸서비스
ㄴ 애초에 통닭(실제론 윙과 후렌치후라이)과 버니니 룸서비스가 포함된 패키지로 투숙
ㄴ 예상외로 윙도 후렌치 후라이도 괜찮았음. 버니니는 적당히 시원해 두말할 나위 없이 좋았고
ㄴ 이걸 실제 룸서비스로 시키면 얼마쯤 나올까 가늠해 봤는데… 대략 5만원 선이 아닐지. 이것도 제 돈 내고 먹기에는…
– 클럽라운지
ㄴ 클럽룸 투숙객 전용 라운지.
ㄴ 저녁 해피아워 시간엔 약식 뷔페가 나오고, 조식 뷔페도 여기서 제공된다.
ㄴ 일상의 소중한 깨우침을 하나 얻었다. 뷔페는 가짓 수가 많건 적건 배부르다. 특히 초저녁에 제공되는 해피아워 뷔페엔 보드카, 데킬라, 진, 위스키, 와인, 병맥주가 무제한 제공된다. 애주가 들에겐 너무너무 해피한 아워일 듯.
* 클래스를 반영한 클럽룸과 클럽라운지 체계
호텔이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투숙환경 제공’을 위해 만든 체계라는 점을 감안해 예측해 본다. 호텔은 철저하게 지불하는 금액에 따라 고객 서열을 나눈다. 클럽룸은 스탠다드, 디럭스 보다는 상위 단계, 스위트나 프레지던트 같은 최상위 클래스보다는 낮은 단계. 즉, 포지셔닝상 호텔 투숙객 중 상류층인 셈이다.
클럽의 원래 의미가 뭔가. ‘공통의 목적이나 취미를 가진 사람을 회원으로 하여 조직된 단체’가 아닌가. 클럽 라운지는 호텔에 투숙한 상류 사회(는 오버스러우니 중상류라 해두자) 인원들끼리 모이는 커뮤니티 공간인 것. 여기서 회의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식사도 하고. 끼리끼리 어울리는 방이랄까.
** 월드 클래스 한국 물가
인천 등지에 중산층 코스프레 할 호텔의 가격대를 검색하면 대략 1박 20~30만원 수준. 4월에 있을 캐나다-미국 여행때문에 맨하탄 호텔을 검색하니 주차 가능한 3~4성급 호텔이 최저 20만원대에서 30, 40만원 수준.
어떤 기준으로나 월드 탑클래스 도시인 뉴욕 맨하탄과 인천 송도의 호텔비 차이가 크지 않았다. 그래서 송도가 국제도시인건가?? 심지어 맨하탄에 있는 센트럴파크까지 그대로 있는 걸 보면…
물론 맨하탄에 대한 기준치가 너무 높긴 했다. 괜찮은데는 100만원, 한 70,80 없으면 호텔 문턱도 못 넘지 않을까 생각했으니.
*** 센트럴 파크 vs 중앙공원
쉐라톤에서 내려다보이는 송도 센트럴파크 명칭에 대한 감상도 한 토막 덧붙인다. 그냥 송도 중앙공원이라고 하면 되지 굳이 맨하탄 센트럴파크를 연상시키는 ‘송도 센트럴 파크’라 명명한 이유가 뭘까. 일종의 국가적 열등감의 표출 아닐까? 한국의 메시나 한국의 마돈나 같은 한국의 00 이란 표현과도 결이 비슷한 듯.
좀 더 적나라하게는, 그렇게 이름 지음으로서 국제적인 도시처럼 보이게 하고 -> 그래서 땅값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가 작동했을지도. 아파트 이름도 한국땅에선 근본을 찾기 어려운, 저 구라파에 뿌리를 둔 것으로 추정되며 요상하게 길고 생소한 단어 조합이라 주소명 적기도 힘들 것 같은 브랜드 들이다.
물론 이건 송도뿐 아니라 대게의 신도시가 마찬가지지만. 한국땅에 살면서 대체 유럽 고궁 같은 이름은 왜 갖다 붙이는지. 그들의 문화나 커뮤니티를 향유하는 방식 같은 걸 따오려는 것도 아니면서… 열등감으로 포장된 시멘트 덩어리 아닌가 싶다.
무지불식 간에 ‘중산층’의 정의를 재력에만 맞추고 있단 걸 나 스스로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예전에 쓴 독후감 중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의 중산층 기준 http://wakenote.com/book/26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