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여행 후, 섬 연구소 강제윤 소장님께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기록해 본다.
다찌의 유래
일본 선술집을 뜻하는 다찌, 다찌노미에서 온 단어라는게 정설인 듯. 강 소장님도 그렇게 말씀하시고, 여러 신문 칼럼도 같은 결로 설명한다.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령(현재로 치면 해군본부)이 있을 만큼 해상교통 요지이자 물산이 풍부한 도시였고. 일제시대에는 중일전쟁 병참기지로 활용한 만큼 일본 문화도 활발히 유입되었을 것.
모듬회 정식이 돼 버린 다찌
일행 한 분이 하소연하더라고. 강 소장님이랑 여행왔을 때 갔던 다찌 집이 너무 잘 나와, 나중에 친구들 데리고 갔는데 그때랑 너무 차이가 나더라고.
지금의 통영 다찌는 그냥 모듬회 정식, 혹은 해산물 코스요리가 됐다. 유명해지고 관광객이 많이 모여들면, 특정 누가 악의를 가져 바꾸는 게 아니라 구조적으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흐름이 생기는데. 여기도 그 흐름을 비켜가지 못한 듯.
다찌는 원래 어부 상대 단골 장사
다찌는 원래 통영 지역 어부들이 즐기는 선술집의 한 종류로, 주종만 고르면 안주는 그냥 주인이 알아서 내 오는 방식이었다. 다찌집 주인이 그 날 장을 본 제철 해산물과 농산물로 알아서 안주를 내 놓는 방식.
문제는, 해산물이란게 공산품이 아니란데 있다. 해산물은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11월부터 2월이 풍성하고 여름으로 갈수록 빈약해진단다. 단골 장사라면, 겨울에 잘 나왔다가 여름에 빈약한 게 연중 평균으로 보면 문제가 없다. 애초에 어부와 지역 주민이 고객이라 여름에 해산물이 부실한 걸 이미 잘 이해했을 거다. 오히려 해산물을 워낙 손쉽게 접하는 사람들이니 봄 여름 땅에서 나는 나물류를 해산물보다 더 나은 안주로 쳤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통영에 일생 한 번 오는 관광객 대상 장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름 바다 해산물이 빈 한 걸 알리 없다. 풍부한 해산물 먹으려 다시 겨울에 올 수도 없고. 이러니 통영 식당가도 균질한 퀄리티 컨트롤을 위해 정형화된 식단을 갖출 수 밖에 없다. 그 결과가 다찌라는 간판을 걸고 파는 해산물 코스요리.
수지타산 문제도 있다. 원래 말술을 먹는 어부 상대로 하는 음식과 가격 구성인데, 관광객은 그 만큼 술을 마셔대지 않는다. 근데 관광객에게는 술만 시키면 안주가 끝없이 나온다는 ‘남쪽 땅 가성비 최고의 해산물 엘도라도’로 알려지니. 다찌 집은 수지타산이 안 맞다. 원래 술병에만 가격을 매기다, 최근에 기본 상차림비가 생긴 이유다.
관광객도, 다찌집도 나쁜 의도는 없었으나. 이런 구조에서는 지역 단골 상대로 하는 다찌 본래 모습을 유지할 수 없다. 개인의 양심 문제가 아니라 결국 구조 문제가 크다.
그래도 간다면
어쨌건 관광객 입장에서 다찌를 잘 느껴보고 싶다면, 11월에서 2월 사이에 찾자. 그때는 어지간한 집은 다들 해산물이 풍부하게 잘 나온다니. 아, 아예 배가 못 뜰 정도로 태풍이 오는 시즌에도 가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