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찾은 함덕

제주 3박 4일 여정을 그저 기억하기 위해 기록해 둔다.

 

코로나 오기 전, 2019년 6월 제주가 마지막이었으니, 3년 만의 출동이다. 보일러실에 방치한 여행가방을 꺼내본다.

 

 

날아오른다. 이제 키오스크 티켓 발권이 너무 당연해져서. 수화물을 부치지 않는 이상 항공사 데스크에 갈 일도 없다.

 

 

도착지인 함덕 해변이 비행기 창가로 보인다. 제주공항 항로가, 제주도를 우측에서 좌측 방향으로 붙어서 나는 거더라고. 사진상 좌측편이 서우봉.

 

 

아래는 함덕 해변 대표 카페인 델문도. 9년 전에는 저 위치가 이도저도 아닌 곳이었는데. 아마 국가 땅을 낙찰 받아 운영하는게 아닌가 싶다. 이렇게 상업적으로도 성공하는 가게가 들어와 오래 운영하는게 지역에게도 관광객에게도 좋겠지.

뜬금없이 든 생각인데, 세상 참 좋아졌다. 갤럭시 광학 3배(10배였나?) 줌으로 당겨 찍은 걸로 기억하는데. 20년전 어지간한 콤팩트 디카는 이만큼 나오기 어렵겠지. 앞으로 또 20년 후 제주 가는 비행기에선 내 손에 뭐가 들려 있을까. 스마트안경이나 홍채 같은 걸로 찍을까. 혹은 이런 생각이 2020년엔 하늘 나는 택시 나올거라는 것처럼 과도한 상상력일까. 예상했던 건 퇴보하고 기대치 않은 건 발전키도 하니. 세상 새삼 재밌다.

 

 

제주공항 나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풍경. 정확히 이 지점. 제주 공항도 당연히 알고 있겠지. 그래서 여기 늘상 조형물을 세워두는데. 이번 헬로 제주는 언제 세워진건지 모르겠네. 여튼 새롭다. 처음 제주 갔던 게 아마 스물여섯. 대학교 복학생 시절. 15년 전이구나. 그때는 조형물보다, 정말 한국에 야자수가 있다는 데 놀랐던 기억이 있다.

조형물은 바껴도 옆에 야자수는 아마 16년 전과 동일하겠지. 자연물에 비해 새삼 인공 조형물 수명이 짦다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작년부터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장소보다 자연명소를 자주 찾게 돼. 10년 30년 후에도 다시 찾아와 그때 기억과 동료를 더듬어 볼 수 있으니.

 

 

3년 만에 돌아온 숙소. 원래 3인실은 싱글베드+트윈베드 조합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방만 특별한건지 트윈+트윈 조합이었다. 대신 건물 모서리에 위치해 바다 뷰가 없다는 단점. 하지만 뷰를 볼 새가 없다. 우리가 뷰가 되어야지.

숙소 사진은 제 3자에겐 너무 평범한 컷일 수 있지만. 여기서 3박 4일을 함께한 동료에겐 어떤 사진보다 그 때 기억을 더 강하게 떠올리게 하지 않을까. 몇년 지나면, 침대 위에 놓인 검은 마스크가 ‘추억’으로 불릴지도.

 

 

식당, 숙소, 여행지. 뭐 이런 곳은 위치가 깡패라고. 제주살사 축제는 그냥 제주도에서 열린다는게 최고의 차별점이다. 몇년을 거치며 이제 함덕에 정착한 것 같은데. 제주 전역을 둘러봐도 함덕을 대체할 만한 곳이 아마 잘 없을 듯. 개인적으론 해운대와 광안리가 함께 조합된 느낌이다. 번화가 편의시설 갖춘 해운대와, 지역민이 즐기는 로컬 감성 남아있는 광안리(이조차 옛날 이야기겠지만)가 함께 있는 곳이랄까.

 

 

둑방 한켠 끝에서 바라본 함덕 해변. 저 둑박길을 따라 얼마나 많은 연인과 친구가 싸우고 화해하고 새로 만들어지고 깨지고 했을까. 그래도 부서진 인연보단 생겨난 인연이 훨씬 더 많을게다. 이 멀리까지 와서 싸우자고 덤벼들지는 않을 테니.

 

 

해물라면, 라면 주제에 1만 2천원이라 괘씸해 기록해둔다. 제주 물가가 5년 상간에 매년 상승하다가. 이제 코로나 종식 이후 인플레이션까지 겹쳐 모든 메뉴가 1만원을 넘는 건 당연하고. 현재 서울에서 김치찌개 같은 보통 메뉴가 8천원 정도가 보통 가격이라면, 제주에선 이게 1만원에서 1만 2천원인 느낌. 물론 여행지 프리미엄은 줘야겠지만. 추후 얼마나 올라갈까 싶어 기록으로 남겨둔다.

 

역시 위치가 깡패다. 각기 고층 카페와 음식점에서 내려다 본 함덕 해변.

 

 

‘꿈 꾼 것 같다’는 뻔한 표현. 이 휴대폰 알람을 보면 뻔한 표현도 좀 용서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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