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이후, 7년 2개월 만에 다시 간 봉화 청옥산 자연휴양림
옅어진 오지 느낌, 대신 안락함 추가
경상도 오지를 지칭하는 BYC, 그 중 대장이 봉화 아닐까. 청옥산은 오지/대자연 같은 단어가 주는 사전적 정의 그대로의 캠핑을 선사해주는 공간이었는데. 지난 7년간 뭔가 많이 다듬어져 오지 느낌이 일부 사라진듯했다.
딱히 뭐 하나가 달라져서 그렇다기 보단, 찾아가는 길도 안의 시설도 모두 반듯하고 편해져 오지의 느낌은 옅여졌달까? 생각해보니 입구도 바꼈네. 바꼈다고 해야하나 정비된 수준이라고 해야 하나.
불편한 캠핑장을 없앤 불편한 사람들
여긴 캠핑장 정문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며 제1부터 제5까지 캠핑장 사이트가 있는데. 제 5 캠핑장은 애초에 컨셉과 명칭이 ‘불편한 캠핑장’이다. 오토캠핑이 아닌 백패킹 족 대상 공간이라. 주차장에서도 멀고(근데 실제로는 100미터도 안 됨) 씻는 곳이나 편의시설도 멀다.
그/런/데. 숲 해설사 분 이야길 들어보니 올 8월 이후엔 5 캠핑장이 사라질 예정이란다. 캠핑장이 너무 불편하다고 방문객이 하도 민원을 넣어서라고. 애초에 이름도 불편한 캠핑장인데. 왜 불편하다고 민원을 넣나. 아아 시켜 놓고 너무 차갑다고 뭐라하는 격.
추정컨데, 백패킹을 즐기려는 사람이 아니라. 워낙 다른자리 예약이 어렵다보니 일단 자리가 나니 덮어놓고 덥석 신청한 사람들이, 자기 기대치와 너무 달라 항의를 한 게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이 민원의 힘이 이렇게 강한 곳이라니, 새삼 놀랍고 반갑기도 하면서. 그게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사안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뭔가를 바꾸는 구나 싶다. 그들 때문에 그 불편함을 즐기는 캠퍼들이 밀려나게 됐지만.
불편한 야영장 512번 사이트. 오토캠핑 사이트에 비해 좁고 그냥 맨바닥이다. 무지성으로 예약부터 뚫자는 각오로 덤빈 오토캠핑 족이라면 경약할 만한 컨디션이긴 하지.
어디가 명당일까?
캠핑장이 워낙 넓기도 하거니와. 전반적인 만족도가 다 높은 공간이라 딱히 명당을 찾기 보단 비선호 지역만 피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계곡을 따라 캠핑장이 조성되다 보니, 계곡과 차도를 따라 일렬로 길게 사이트가 죽 늘어선 형태인데. 차도랑 너무 붙은게 가장 비선호 사이트 아닐까.
그 외에 옆 사이트랑 구조적으로 너무 붙어있는(401과 402) 곳도 있는데. 이런건 오히려 같이 오는 캠퍼들에겐 축복인 곳이고. 보통 계곡 위에 목조 사이트가 떠 있는 220번대를 명당이라 하던데, 2캠핑장 중 차도랑 어느정도 거리가 있는 사이트면 다 좋아 보이고.
왜 다람쥐 없어?
5월과 7월의 차이인가. 다람쥐는 한 마리도 못 봤다. 도로에 나왔다가 가엽게 밝혀 죽은 실뱀만 있고. 청옥산 트레이드 마크인 다람쥐가 한 마리도 안 보이다니. 우기 여름에는 여름잠 자나. 다음에 다시 만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