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에서 잘난척이 지속되면 재수없거나 지겹던데. 살아있는 사람의 이력이 이만큼 화려할 수 있나 입이 벌어질 정도다. 생존해 있는 투자자 중 이보다 더 화려한 이력은 워런버핏 외에는 없지 않을까?
블랙스톤 아재의 노력을 폄훼하는게 아니라,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을 무대로 활동하는 자본가이기에 이정도까지 활약할 수 있었겠지. 재능이 일차적으로 중요하지만, 그 재능을 어느 판에서 벌이느냐에 따라 업사이드가 결정된다.
사람들이 내게 어떻게 성공할수 있었느냐고 물을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남다른 기회를 발견하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던져 그 기회를 잡는다. 그리고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이 책을 아메리칸 드림 자기계발서로 본 다면, 이 한 줄만 달달 외워도 충분하다. 찾고 잡고 존버.
블랙스톤이 놀라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열쇠는 블랙스톤이라는 기업이 가진 문화에 있다.
우리는 능력주의meritocracy와 탁월함excellence, 개방성openness, 성실함integrity을 신봉한다. 그리고 이런 믿음을 가진 사람들만 채용하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리스크를 관리하고 돈을 잃지 않는 데 집착하며 혁신과 성장을 강력하게 신봉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떻게 하면 떠밀려서가 아니라 주도적으로 진화하고 바뀔수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한다.
능력주의, 성실함, 주도적. 이런 식의 키워드를 사용하지 않고 자기 조직 문화와 인재상을 설명하는 기업이 얼마나 있을까. 대외적으로 표방하는 것과 구현하는 것은 다르다.
블랙스톤 CEO가 아닌 블랙스톤이란 조직은 어떻게 차별화된 문화를 가지게 되었을까? 그 명확한 차별성은 책을 덮을때까지 찾기 어려웠다. 아니, 결과적으로 성과 측면에서 성공했기 때문에 차별화된 문화로 정당화되는 건가?
곤경에 빠져 있는 사람은 해답이 다른 누군가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음을 모르고, 자기가 가진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느라 노력을 허비한다.
내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대의 문제를 해결해줘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대개 내가 풀어야 할 문제가 있으면 시야가 좁아져 상대에게 내 문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거나 애원하거나 강권하기만 할 뿐이다.
조금만 시야를 넓히면, 상대의 문제를 풀어야 내 문제가 풀리는 걸 알 수 있는데. 상대가 원하는 걸 먼저 줘야, 상대도 내가 원하는 걸 준다.
조와 나는 골드만삭스의 부동산 담당 팀을 만나러 갔다. 그런데 그들은 이 거래에 내포된 리스크를 우리와 다르게 바라보고 있었다. 골드만삭스는 조금이라도 많은 돈을 내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낮게 입찰 가격을 써내려고 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리스크는 충분히 높은 금액을 적어내지 않아서 거대한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이었다. 우리는 경쟁자인 뱅커스 트러스트 컴퍼니가 적어낼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적어내고 싶었다.
사람들은 이런 차이를 투자자의 유형 차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들은 자기가 지불할 가격을 최대한 낮추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해당 거래 자체에만, 즉 거래 조건을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이끌어 궁극적으로 협상 테이블의 상대를 이기는 데만 집중한다.
그러나 내게는 이런 태도가 단기적인 접근으로만 보인다. 이런 접근은 해당 자산을 손에 넣은 뒤에 실현할 수 있는 모든 가치를 무시한다. 즉 그 자산을 더 낫게 개선한다든가, 수익을 개선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리파이낸싱(재대출)을 받는다든가……
어떤 자산을 성공적으로 손에 넣을 때의 수익은 매수 가격을 놓고 벌이는 단발성 전투에서 이김으로써 얻는 수익보다 훨씬 큰 경우가 많다.
전투와 전쟁을 분리해 생각하자. 부동산을 단 얼마라도 더 깎으려고, 매수나 매도 호가를 한 틱이라도 더 먹으려고. 마이크로한 전투에만 몰입하면 그 투자를 놓쳐 그 어떠한 수익도 못 얻는 경우가 생긴다.
뭐가 더 중요한지, 뭐가 더 큰지에 집중하자. 매수는 더 큰 매도를 위한 전초전이다. 하지만 인간은 눈앞에 오가는 숫자에 끌려가기 마련이다. 그렇게 생존하며 진화해왔으니. 이때 원칙을 가지고 있는지, 그 유무가 투자자로서 분기점이 될 것.
그저 이혼이라는 문제를 두고 마음을 정할 수 없어서 잠깐 도움을 받으려는 것뿐이라고 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바이램은 나를 붙잡고 있는 문제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나는 네 가지 두려움을 들었다. 아이들과의 관계가 끊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내가 그토록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의 절반을 아내에게 떼어줘야 한다는 두려움, 친구의 절반을 잃을 것이라는 두려움, 새롭게 다른 여자를 만나야 한다는 두려움이었다.
그러자 바이램은 네 가지 모두 충분히 일리가 있는 불안이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보자면 전혀 실효성이 없는 것들이라고 했다.
아이들은 이미 부모의 이혼으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을 만큼 어린 나이가 아니라면서, 내가 아이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길 바라고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돈 문제는 물론 커다란 손실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만일 그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내 인생의 새로운 장이 열린다면 금방 잊힐 것이라고 했다.
엘런과 내가 부부로서 함께 사귀었던 친구들도 절반씩 쪼개지겠지만 그것도 인생을 살아가는 하나의 모습이 아니냐고 했다. 마지막으로 새롭게 다른 여자를 만나는 문제도(멘하탄에서 젤 잘 나가는 중년 남성이 뭔 걱정이냐는 식의 이야기…)
이미 일반인 시각에서는 아득하게 성공한 월스트리트 중년 남성도 이혼 위기 앞에서는 고민 지점이 동일한게 재밌다.
남의 일이면 쉽게 답할 문제인데, 정작 자기 문제면 사회적으로 아무리 성공한 사람이라도 밤잠 설치며 전문의를 찾아가는 것.
시간은 모든 거래에 상처를 입힌다. 때로 이 상처는 치명적이다.
월가의 오래된 격언이란다.
‘지연된 정의는 더 이상 정의가 아니’라는 말과 같이, 3차원 공간에 시간이라는 축을 더한 4차원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 시간은 절대적인 변수다.
100년이 걸려 텐베거 수익을 달성하면, 그걸 텐베거라 부를 수 있을까. 이 경우 연평균 수익률이 2.33%에 불과하니. 평생 예금하는게 변동성을 감안하면 더 나은 선택지가 된다.
‘여러분이 경력을 어느 곳에서 어떻게 시작하느냐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여러분의 인생이 반드시 직선으로만 진행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상이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곳임을 알아야 합니다.
때로는 여러분처럼 재능이 넘쳐나는 사람들조차도 실패의 쓰라림을 맛보며 무릎을 꿇을 때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살아가는 동안 많은 어려움과 시련을 겪을 것입니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진리입니다.
어려움과 시련에 무릎이 꺾일 때라도 여러분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고 또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역경과 맞닥뜨렸을 때 역경 그 자체보다도 거기에 맞서 여러분이 보여주는 끈기가 여러분이 어떤 사람이 될지를 결정할 것입니다.’
실패가 어떤 성공보다도 많은 것을 가르쳐줄 수 있다는 사실을 졸업생들이 꼭 알면 좋겠다.
인생 길다. 무균의 인큐베이터에서 태어나 삶을 마감하는 게 아닌 한. 언젠가 홍역을 치를 날이 온다. 그 때 어떻게 이겨내느냐. 누구는 일찍 또 누구는 늦게, 또 누군가에겐 너무 자주 오기도 하지만.
원래 인생은 랜덤이고 공평과는 거리가 멀다. 그 때 내구성이 그 인간의 남은 인생을 판가름한다.
주식 투자책인줄 알았는데 사업과 투자의 원론적 이야기와 그에 해당하는 본인 사례가 담긴 책이었다. 원래 원론은 글로 쓰면 당연하고 지루한데 꾸준히 구현하기가 어려운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