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대형 세미나는 목적이 명확해야 한다.
표면적으로는 어떤 연사가 와서 어떤 말을 하는지 들어보러 간다가 되기 쉬운데. 실은 그 연사가 하는 말은 유튜브나 기사나 그 연사가 운영하는 저서, 블로그 등으로 접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고 밀도까지 높다.
무슨 비밀 경제 사절단 회의 같은 특별한 모임이 아닌 이상, 해당 세미나를 위해 특별히 아무도 모를 정보를 준비하는 연사란 없을 듯.
이번 행사도 확실히 그걸 느끼고 왔다. 세미나는 정보의 전파를 표면으로 내세우지만. 실은 어떠한 경험을 줘야 한다. 그걸 인상이라고 부를 수도 있고 통찰이라 부를 수도 있다.
단순히 정보의 전달은 압도적으로 더 효율적인 다른 수단이 많기 때문에. 돈과 시간을 훨씬 더 들여서 진행하는 대규모 세미나에서는 그와 차별화된 경험을 줘야 한다.
이번 밀리의서재 10주년 행사는 그런 경험을 줬나? 일단 밀리의서재가 생각보단 덩치가 큰 회사네. 라는 인식을 줬다. 이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기 땜에. 상당수 회원들이 그런 인식을 가진 것 만으로도 꽤나 큰 수확이다.
물론 연사 초청과 오디토리엄 통대관에 억대의 예산을 썼겠지만. 상장사가 그정도 마케팅 비용은 지출할 만하지 않나.
반면 정보의 제공 측면에서는. 특히 한국 연사들. 작가들의 ‘정보’ 측면은 기대 이하다. 내가 어떤 기대를 했냐에 따라 이하와 이상이 달라지니 연사들이 준비를 안 해 왔다고 할 수는 없지.
특히 AI 신봉자에 가까운 내 입장에선. 상당히 피상적인 감상의 나열만 나왔고. AI와 휴먼의 대결구도 안에서 이야기를 끌어내는. 먼저 온 미래의 마지막 장 같은 억지 인류 승리 서사의 반복이었다.
근데 애초에 내가 기술자들 세미나에 온 게 아니니 어찌보면 당연한 것. 이게 책을 읽는 사람들. 쓴다는 사람들의 잔칫상에 오르는 생각이구나. 그 정도 체험하고 온 것도 수확이라면 수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