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동호인으로서, 국내 역도 서적이 발간되는 건 반갑지만. 그 만듦새가 처참한 수준이라 아쉽다.
양이 많아지면 결국 질도 높아진다. 외국 번역서 스타팅 스트렝스와 미쿡의 트렌디한 피트니스 종목인 크로스핏 덕분에 역도 인구가 늘어났듯. 국내 역도 서적과 콘텐츠도 증가하는 출발선에 선거라 생각하고 응원한다.
단, 3만원 정가 주고 구매한 소비자로서 약간의 분풀이 섞인 비판은 좀 하자.
제목은 생활체육, 구성은 전공서적
책 제목은 ‘생활체육’ 역도를 표방하는데, (40년 전)교양수업 교재로 쓸법한 구성으로 나왔다. 혹은, 진짜 대학교 교양수업에서 쓰려고 출판한 교재를, 괜히 동호인이 내가 사 보고서는 격에 맞지 않는 소리를 하는 건가?
지금은 2022년인데. 20년전 대학교시절, 거기서 다시 20년도 더 전에 출간된 교재로 공부하던 체육 교양수업이 떠오른다. 아무리 교양수업이라도 1970~80년대 발간된 책을(개정판이 아니었음) 쓴다는 게 이상했는데. 책 뒤를 보니 저자가 우리학교 체대 학과장이더라.
모든 학문이 그렇겠지만, 체육학도 20~3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시기라 기존의 정설이 뒤집어 지는데. 개정조차 하지 않은 책을 쓰는데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강사는 수업 중간 중간 ‘책에는 00라고 되어 있지만 현재는 ㅁㅁ로 밝혀졌다’는 친절한 설명을 해 주더라. 부끄럼을 모르는 시절이었다.
편집자도 직무유기
저자는 전직 역도 선수이자 현재 코치니, 아마 실제 코칭이나 말로 하는 구술 지도는 뛰어나리라 본다. 그런데 글로 하는 서술은…… 이건 출판사 담당자도 직무유기다.
모든 전문가가 책에 적합한 글쓰기 능력이 있는 건 아니다. 그걸 잘 보완해 에디팅하라고 출판사 편집자가 있는 거 아닌가. 이 책의 편집자는 그냥 원고를 인쇄기에서 출력 가능한 파일로 변경하는 일만 한게 아닐까 싶다. 경악스러운 삽화와 예시 사진의 해상도는 또 어떤가. 나무위키의 역도 페이지나 일개 동호인 블로그 포스팅보다 못하다.
정가 3만원을 생각하면 분량도 얇긴 하나, 이건 많이 팔기 어려운 책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다.

아래는 한체대 안용규 총창의 추천사다. 책 내용과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관련자들이 이 책 만들기에 진정성 있게 참여하지 않았단 생각이 드는 부분인데.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중흥의 빛이 보이고 있음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라는 문장을 보고 그 앞뒤 맥락을 몇번이나 다시봤다. (없습니다가 아니라 없읍니다였다면 차라리 납득이 갔을 듯)
이게 2002년에 나온 책의 추천사라 하더라도 상황에 안 맞다 싶은데, 자그마치 34년 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중흥의 빛이 보인다고요???

역도 초보는 유튜브를 보는 게 학습 효율면에서 훨씬 더 좋다. 하지만 책이라는 매체가 주는 장점이 있으니 관심 있는 역도 동호인이라면 3만원 술 사먹지 말고 책 사보자. 술은 한 번 줄이고 연습은 한 번 더 할테니 일거양득 아닌가.
근력 향상을 위한 생활체육 Weight Lifting 가이드북 · 저자 천우호 · 출판 디자인21 · 발매 2021.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