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고 싶은 의지가 약해질 때 보는 시

시째냐? 악아, 어찌고 사냐.
염치가 참 미제 같다만, 급허게 한 백마넌만 부치야 쓰겄다.
요런 말 안헐라고 혔넌디, 요새 이빨이 영판 지랄 가터서 치과럴 댕기넌디, 웬수노무 쩐이 애초에 생각보담 불어나부렀다.
너도 어롤 거신디, 에미가 헐 수 읎어서 전활 들었다야.
정히 심에 부치면 어쩔 수 없고……

선운사 어름 다정민박 집에 밤마실 나갔다가, 스카이라던가 공중파인가로 바둑돌 놓던 채널에 눈 주고 있다가, 울 어매 전화 받았다.
다음날 주머니 털고, 지갑 털고, 꾀죄죄한 통장 털고, 털어서, 다급한 쩌언 육십마넌만 서둘러 부쳤다.

나도 울 어매 폼으로 전활 들었다.

엄니요? 근디 어째사끄라우. 해필 엊그저께 희재 요놈의 가시낭구헌티 멫푼 올려불고 났더니만, 오늘사 말고 딱딱 글거봐도 육십마넌빼끼 안되야부요야.
메칠만 지둘리먼 한 오십마넌 더 맹글어서 부칠랑께 우선 급헌 대로 땜빵허고 보십시다잉.
모처럼 큰맘 묵고 기별헌 거이 가튼디, 아싸리 못혀줘서 지도 잠 거시기허요야.
어찌겄소. 헐헐, 요새 사는 거이 다 그런단 말이요.

떠그럴, 사십마넌 땜에 그날밤 오래 잠 달아나버렸다.

– 정윤천,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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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내가 직접 타이핑 한 이 시는 원문 고대로 옮겼다는 점에선 오탈자가 없음을 밝힌다.

거시기허요…
방송에서 영화에서 숱하게 들었지만, 일케 징하게 거시기한 거시기는 첨이고마이…

누에고치 같은 집 안에 틀어박혀 세월이나 낚고 싶을 때 보면 좋은 시.

“어무이, 백만원이 뭔교! 그… 대충 한 오백 부쳤는데 좀 괜찮은 병원가서 일 보고 연한 고기나 몇 근 사 드이소”

이정도 아들은 돼야 안 되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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