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 : 짜장면
글 박하 / 그림 허영만
정가 : 3000원
출판사 : 학산문화사
출간일 : 1999. 03. 25
어떠한 길고 장대한 이야기도 결국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되어야 한다.
한 사람의 일대기를 적은 자서전이라 할지라도 주제에 따라 소재는 선별된다.
정주영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김우중의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처럼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되는 주제에서 벗어나는 소재는 탈락되는 것이다.
그래야 이야기 집중도가 높아진다.
결국 이야기는 소재의 취사선택이고 개별 소재의 연결방식이다.
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사설이 이리 긴가.
만화 짜장면은 초반에 중국집에서 스토리를 맛깔나게 뽑는 듯 하더니 갑자기 주문이 삼천포로 들어가고, 끝내 스토리가 담긴 그릇은 돌아오지 못한 형세다.
처음에는 매력적인 음식 만화인데 후반부는 발에 채이는 조폭만화가 된다.
좀 더 디테일하게 나누자면, 초반부의 요리 만화 + 후반부 주인공 시점의 조폭만화와 라이벌 시점의 기업경영 만화가 되었다.
맙소사….
만화가 연재되다 갑자기 그린이가 바뀌는 이상한 일이 벌어질때부터 이상하다 싶었지만, 이런 안드로메다 주문이 될 줄이야.
게다가 이 만화의 시나리오 작가가 그 유명한 ‘비트’를 쓴 박하라니… (만화 비트 역시 이 책처럼 박하와 허영만 콤비였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블로그 글을 검색해 보니 허영만과 박하가 작품에 대한 이견 때문에 도중 결별 했다는 분석도 있는데 이게 가장 설득력있는 듯 하다.(사실은 가장 믿고 싶은 추론이다)
고등학교 때 꽤나 즐겁게 초반부를 봤던 기억 때문에 간만에 다시 찾아 완결까지 읽은 건데…
그냥 기억 속 미완결된 짜장면이 더 좋았을 뻔…
글을 쓰거나 술자리 농담을 하더라도, 항상 하나의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던질 것!
좋은 추억으로 남았던 만화책 하나를 잃고 귀중한 교훈을 얻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