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만 하는 남자는 몸을 만들 줄은 알지만 껍데기 포장에 서툰 경우가 많다.
흔히들 말하는 스타일, 즉 패션 감각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지.
이에 운동과 패션 감각을 모두 만들어 줄 운동을 생각해 냈다!
아울렛 환복 마라톤(* 환복은 옷을 갈아입는다는 뜻의 군대용어)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청바지 몇 벌만 입었다 벗어도 금새 땀이 난다.
(심지어 군생활때 A급 전투복으로 환복하는 걸 얼차려로 주는 간부도 있었다)
이 운동을 통해 패션 용품을 마음껏 착용해 보며 패션 감각을 기르는 동시에
피팅룸이란 불완전한 공간에서 온몸의 안쓰던 근육을 움직이며 트레이닝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피팅룸은 혼자 들어가 모든 결정을 스스로 내려야 하는 공간이기에 심신 수양에도 좋다.
심지어는 기다리는 뒷사람 때문에 시간 압박까지 받는다면 난이도는 더 올라간다.
마라톤 환복 운동은 유산소 효과도 빼놓지 않는다.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같은 아울렛의 괴상한 구조상 여기가 어딘지, 내가 봤던 매장은 어딘지 자꾸 헷갈려 뱅뱅 돌기 마련이므로 지속적인 걷기+달리기 운동이 된다.
게다가 운동하는 사람이 ‘왠지 여기보다 싼 곳이 있을 것 같은데, 이것보다 예쁜 게 있을 것 같은데’하는 의혹을 많이 가지는 성향이라면 운동 거리와 효과는 훨씬 배가 된다.
모든 운동은 목표치 설정이 중요한데, 이 운동은 그것도 쉽다.
‘오늘은 가볍게 백 만원치만 입어 봐야겠다, 혹은 오늘은 연말 쇼핑 인파를 뚫고 천 만원치 달성하겠다.’ 이런 식의 목표 설정이 가능하다.
난 이번 주 실제 이 운동을 하기 위해 가산 디지털 단지 역으로 가볼 셈이다.
시작 목표는 가뿐하게 약 200만원치 정도.
살짝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로 마무리하고 찜질방에 들어가
이 쇼핑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