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를 시작하는 전우에게

간만에 하나뿐인 군대 동기에게 연락 했더니. 벌써 애를 낳았고. 그 애가 200일이 넘었더라. 

물론 ‘벌써’라는 표현은 한동안 연락과 관심이 뜸했던 내게나 해당되는 거고. 동기와 그 아내는 논산 육군훈련소보다 더 빠듯한 일정의 육아 훈련 200일을 보냈겠지.

동기가 통화 말미에 ‘좋은 기업의 주식을 소유하고 싶다’며 유부남 용돈을 모아 한주씩 사는 중이라 그러더라고. 잠들기 전에 뭐라도 좀 보탬이 될 수 없을까 싶어 끄적인 내용을 붙여둔다.

나의 초심과, 그 초심을 전하려던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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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전장의 전우에게


우리 군생활 때 이런 이야기 기억나? 군대는 전쟁을 준비하는 곳이고, 사회는 전쟁을 치르는 곳이라고. 우리는 이미 서울과 울산에서 자본주의 전쟁을 매일 치르는게 아닐까 싶어. 


오늘 대화 중 주식투자 이야기가 나와. 미천한 지식이지만. 내 딴에는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써 가며 배운 얕은 지식이나마 건네본다. 논산훈련소 1기수 선임의 주특기 노트 정도라 해두자.



0. 웰컴투더정글


투자 활동을 시작한 것, 그리고 그 수단을 주식으로 정한 걸 환영한다. 부동산이나 예적금과 달리. 주식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장 기대값이 큰 투자활동이라 생각해. 여기서 ‘기대값 = 돈 벌 확률*벌었을 때 얻는 이익’을 말하는 거고.



1. 길게보자


이제 주식에 관심은 가졌을 테고, 아마 구체적인 투자방법론 공부는 아직 시작 전인것 같은데. 맞나 모르겠네. 그렇다고 가정하면. 천천히라도 공부를 좀 해 보는 걸 추천해. 주식차트 보면서 언제 오르고 언제 내리는지 차트 분석하는 거 말고. 주식투자의 기본 원리나 투자 철학에 대한 개념을 잡아 보자는 거야.


근데 이걸 몇 주나 몇 달만에 끝낼 생각 말고. 마치 달리기처럼. 평생 즐길 취미가 하나 더 생겼단 관점으로 접근해보면 어떨까 싶어.


사모펀드하는 선배가 있었는데. 원래 직업은 영화사 인사팀이었어. 그 후 주식투자랑 관련 없는 쪽으로 많이 이직하더라고. 주식투자는 어쩌고 자꾸 다른 쪽으로 이직하냐니까. ‘어차피 주식은 은퇴가 없으니 70, 80에도 하면 돼’라 하더라.


주식 보유도 장기로 생각해야 하지만, 공부도 마찬가지. 길게 보고 마치 스타크래프트나 러닝 한다는 생각으로. 평생 취미라 생각하고 하나씩 들여다보면 좋을 것 같아.



2. 단편지식이 아니라, 단행본 책으로 시작하자


헬스나 러닝도 마찬가지지만. 주식도 워낙 인터넷에 정보가 흘러 넘쳐. 홍수 나면 정작 마실 물이 부족한 것과 같은 상황이야. 시작은 인터넷 정보가 아니라 검증된 단행본으로 하는 걸 추천해. 


아래는 트레바리라는 독서 모임인데. 검증된 커리큘럼을 카피할 수 있어. 여기 책이 네 권 나오는데. 앞의 두권을 추천해.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은 책은 세번째 책인 ‘행운에 속지마라’인데. 이건 첨엔 너무 어렵고 재미없을 거야.


https://trevari.co.kr/clubs/show?clubID=0bcc47d4-83c5-47ee-a78d-83716245a8fc&status=FullClub



3. 카페에 가입하고 유튜브 보면서 트렌드도 보자


네이버카페 중에서는 젤 유명한 게 가치투자연구소야. https://cafe.naver.com/vilab/162372

요즘 가장 핫한 유튜브 채널은 삼프로TV고 https://www.youtube.com/channel/UChlv4GSd7OQl3js-jkLOnFA


정보가 범람하는 시절이라. 어떤 걸 보냐보다 어떤 걸 선택적으로 안 보냐가 더 중요한 시절인 듯. 매일 바뀌는 뉴스는 일종의 소음일수도 있으니, 적당히 보면서 취사선택하는게 필요할거야. 



4. 천천히 부자되자


존리 아저씨였나. ‘부자는 천천히 되는 것’이라던데. 


짧은 한마디에 많은 게 담겨있다 생각해. 배울 준비가 안 된 사람은 백과사전을 들이밀어도 안 되고. 준비 된 이는 흘리는 한 마디에도 깨달음을 얻을 텐데. 그 준비가 너와 나는 언제 될지 모르겠다.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나아지자.



5. 추가 잡설


오늘 력도 훈련하고 저녁에 다른 모임도 갔다 집에 들어와 맥주 한 캔 따면서 급히 타이핑하는 중이야. 두서 없을 글이지만 이해하리라 믿는다. 네가 투자한다기에 반가운 맘이 들어 뭐라도 좀 끄적여 전하고 싶었어.


달리기도 씨름도. 우리의 취업도 연애도. 참으로 뭐 하나 쉬운 건 없었잖아. 투자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어. 하지만 꾸준히 조금씩 나아지자.


오늘 력도도 귀찮아 안 가려 했는데. 네가 전화에서 역도 아직 하냐 물어보는 바람에 가게 됐어. 더 나은 인간이란게 다른게 아니다. 지금 역도 수업을 가느냐 안 가느냐에서 판가름난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갔지.


고마워 김병장. 간혹 보더라도 서로 의지가 되어주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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