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일론 머스크가 ‘주 90시간 굴릴 수 있는’ 솔로 공대남만 의도적으로 뽑았다는 기사와 함께. 테슬라의 머스크, 토스의 이승건. 둘 다 엄청난 주당 근무시간을 자랑하고, 자기 인생을 건 대가로 보상을 받아가니 공정하다 봐야하지 않겠냐는 스터디원 분이 던진 화두에 대한 내 나름의 답변.
https://news.v.daum.net/v/20220611063102034
정답은 없다, 성공사례가 있을 뿐
뻔한소리지만 ‘하나의 정답은 없다, 성공사례와 그럴 만한 맥락이 있을 뿐’으로 시작하겠습니다. F=ma처럼 하나의 정답이 있었다면, 애초에 논란도 없었겠죠.
엄청난 비전과 그걸 입증하는 폭발적 성장. 이 두 엔진을 단 로켓에 자리가 나면 주 120시간이건 1200시간이건 올라타게 만드는게 테슬라와 토스 문화라고 봐요. 빠르게 가속이 붙을 때는 로켓에서 비행중 나는 굉음(근무시간, 처우, 강압 등등)도 무시할 수 있지요. ‘규칙없음’으로 유명한 넷플릭스도 신규 시장을 사실상 만들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니. ‘최고의 성과를 내거나 떠나거나’라는 내부 문화가 성립될 수 있었고요.
문제는, 모든 회사가 테슬라나 토스처럼 성장할 수 없다는데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각자 절충안을 찾아야 하고요. 당장 제가 팀원한테 ‘우리도 머스크 형처럼 120시간 일합시다’ 그러면 팀원들은 당장 잡코리아 접속할 것 같으니.
한 10년 전 같은데. 티맥스라는 중견 SW 기업에서 한국형 윈도우 만든다고 난리였습니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는 실패했고, 개발자를 갈아 넣었다는 소문이 워낙 흉흉해 기업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자기네 개발자가 밤새 집에 안 들어가고 일하다 이혼 당한 소식을 기자회견장 같은데서 대표가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정도였습니다. 이것도 성공했다면 좋은 무용담이 되지 않았을까요?
로켓이 아닌 땅에 발을 딛고 있는 우리는
결국 극소수 로켓 기업이 아닌 절대다수 직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내 팀원을 어떻게 설득해 나가야 하나. 그런 고민이 들죠. 임원이 아니다보니 물질적 처우에 대한 명확한 약속을 하긴 어렵고. 나와 함께 이 회사에서 일함으로서 얻는 커리어적인 발전. 그것 밖엔 없더라고요. 물론 인간적으로 재수없으면 안 되는 것도 있고요.
물론 머스크나 이승건 대표가 자기 인생을 건 배팅을 한 건 맞는데. 그렇다 해서 주 90시간 요구가 합당하냐. 이건 내부 조직원마다 인식 차가 있겠죠. 아니, 합당의 여부를 떠나, 조직원이 잘 따라주냐가 현실적 문제겠네요.
단, 요즘 20대 첫 구직자나, 40을 앞두고 커리어 전환을 고민하는 제 후배들보면. 과거보다 대기업 아닌 스타트업 수요가 많이 늘었다 느껴요.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것도 있겠지만. 내가 사회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해결한다. 약간 거창하게 말하면 내가 (작은 부분이나마 내가 체감할 수 있게)세상을 바꾼다. 이런 자기효능감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여기에 더해, 큰 돈 벌겠다는 야망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나 가급적 그 근처의 일) 하겠다는 인식전환도 있고요.
실제 저희 조직에서도 진지하게 ‘꼰대와 MZ가 조화 이루며 일하는 법’을 고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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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부연
돈은 중요하지만 전부가 아니다. 대부분의 중간 관리자가 약속해 줄 수 있는 영역도 아니다. 결국 내 입장에서는 돈 외적인 편익을 동료에게 얼마나 줄 수 있는가. 그 핵심은 ‘이 사람과 일하면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가 아닐까. 배울게 많거나 일이 더 잘 되게 한다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