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풍경

바람부는 날 은백양나무 숲으로 가면 청명한 날에도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귀를 막아도 들립니다 저무는 서쪽 하늘 걸음마다 주름살이 깊어가는 지천명(知天命) 내 인생은 아직도 공사중입니다 보행에 불편을 드리지는 않았는지요 오래 전부터 그대에게 엽서를 씁니다 그러나 주소를 몰라 보낼 수 없습니다 서랍을 열어도 온 천지에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한평생 그리움은 불치병입니다 – 이외수, 6월 ———————— 백양나무 숲에서 … Read more

우리는 늘 빚지고 산다.

얼마전 돌아가신 박경리 선생님이 살아 생전 하셨던 말씀 “우리는 자연의 이자로 살아야지 원금을 까먹으면 끝이다” 이 연장선상에서 부동산 문제를 보자 부동산 투기가 왜 나쁜가? 부동산 투자로 생기는 차익은 결국 우리 후세들이 경제활동에 써야 할 돈을 미리 빼먹는 야비한 행위거든. 자, 보자고 예를 들어, 부모님이 30여년 전 결혼하실때 천만원을 주고 이 집을 샀다고 하자. 그런데 우리집 … Read more

금쪽같던 바나나가 왜 그렇게 헐해졌는지 알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라면 단연 포도와 바나나 포도는 손이 보라색으로 물들고 산성 즙으로 이빨이 시릴만큼 , 바나나는 속이 더부룩하게 불러 올 때까지 미련스럽게 먹어대던 과일이다. 포도는 차치하고 나 초딩 적에 바나나는 상당히 고급 과일이었다. 아직도 내 머릿속에서 한 편의 UCC처럼 재생되는 바나나에 대한 기억이 있다. 주인공은 초등학교 3,4학년 정도. 운동회를 앞두고 어머니가 바나나를 사 주신다고 … Read more

짝사랑의 본질, 이강형 교수님과의 문답

지리산으로 학과 엠티에 갔다오신 이강형 교수님한테서 문자가 왔다 애들 연락처를 물으시며 두어번 문자를 주고받다 이런 쪽지를 보내셨다 삶은 짝사랑이야  내사랑의 분량과 무게만큼 다가오는 그런거 -(답장) 짝사랑 경력은 저도 만만치 않지만, 일단 요 말씀은 저장해 두고 곱씹어 보겠습니다. 세상이 늘 등가교환원칙에 따라 움직이는건 아니겠지요 짝사랑의 본질이 너는 뭐라고 생각하냐 – 자기만족입니다.  상대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는 자체로 보답받는 것이지요. … Read more

‘부치지 않은 편지’ 의 두 가지 종류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겨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을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