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단상_10년도 더 된, 아니 10년이 지나서야

군대 전역 후 비닐하우스 건설 현장에서 만난 형이 있다. 당시 그 형 나이가 서른 초중반쯤, 전역하고 바로 현장일하러 온 나를 꽤 좋게 봐 줬다. 알바가 끝난 후에도 종종 나를 불러 대구 시내에서 술을 사 주기도 했고, 가끔 늦은 시각에 우리집에 전화도 했다.(당시 나는 휴대폰은 물론이고 삐삐도 없었다.) 여자도 아니고 뭔 남자 동생 집에 밤 늦게 … Read more

삶의 지향

애초에 인생에 대단한 목적이 있는 건 아니라 생각했다.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띄고 이 땅에 태어났다’는 국민교육헌장이 교과서 앞 쪽에 붙어있던 시절 국민학교에 들어갔으나, 뭔가 덜 운명론적인 문구로 헌장이 수정되면서 이름도 초등학교로 바뀌었다.  민족 중흥까지는 됐다 싶지만 내 생의 목표는 직접 세워야 한다 싶었고, ‘내가 있는 곳을 지금보다 더 나은 곳으로‘라는 나름의 삶의 지향을 설정했다. 지금 돌이켜보니,  … Read more

‘견인’, 이병률. 바람의 사생활 中

견인 올 수 없다 한다 태맥산맥 고갯길, 눈발이 거칠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답신만 되돌아온다 분분한 어둠속, 저리도 눈은 내리고 차는 마비돼 꼼짝도 않는데 재차 견인해줄 수 없다 한다 산 것들을 모조리 끌어다 죽일 것처럼 쏟아붓는 눈과 눈발보다 더 무섭게 내려앉는 저 불길한 예감들을 끌어다 덮으며 당신도 두려운 건 아닌지 옆얼굴 바라볼 수 없다 눈보라를 헤치고 새벽이 … Read more

레이니즘은 상대도 안 되는 마광쉬즘

광수 형이다. 늘 실망 시키지 않는 광수 형의 책을, 힘겨운 고비에 열어보았다. 책의 부제처럼 금쪽 같은 격언(아포리즘)이 넘기는 책장마다 후두둑 떨어져내렸다. 왜 한국 사람들은 삼국지만 좋아할까? 수호전이나 서유기, 금병매 같은 소설은 왜 안팔릴까? 역시 권력자들에 대한 비굴한 선망 때문일 것이다. 위촉오 세 나라가 서로 싸우고 난 뒤, 수많은 영웅 호걸들 때문에 중국의 전체 인구는 3분의 … Read more

오늘부로 때를 밀지 않기로 했다.

지식은, 특히 과학 지식은 어제의 진리가 오늘엔 거짓으로 판명나기도 한다. ‘때를 밀면 안 된다’는 지은이의 주장도 내일엔 거짓이 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오늘까지는 의학계에서 통용되는 가장 진리에 가까운 정보일 것. 그래서 나는 오늘부로 때를 밀지 않기로 한다. 이 책의 주장이 완전히 반박되기 전까지는. 책에서 때를 밀지 말 것을 권하는 부분을 요약해 봤다. 몸의 때를 미는 것이나 얼굴의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