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차별점, 포인트로 받으면 20% 더 쳐 드림
알라딘은 중고책 매입/판매 사업을 전부터 선도적으로 해 온 사업자다. 이럴때 예스24 같은 후발주자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뭘까? 뭐가 됐건 뾰족한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
내가 알라딘이 아닌 예스24에 오늘 44권의 책을 팔고 온 이유가, 매입금을 예스24 포인트로 받으면 현금가에서 20%를 더 얹어 주는 정책 때문이었다.
알라딘이 중고서적 시장에선 1위고 선발주자지만, 전체 온라인 서점 중엔 예스24가 1위라는 걸 잘 활용한 것. 애초에 예스24 사용자가 적다면 20%가 아니라 30%를 더 준대도 안 먹혔을 것.
시장에는 어차피 예스24를 쓰는 고객 수가 제일 많을테고. 그들 대상으로만 일단 중고 매입을 해도 된다. 이번에 예스24 포인트를 얻어 신규 유입 고객이 증가해도 땡큐고, 기존 고객이 락인돼도 굿굿이고.
예스24가 매입가를 더 쳐줄까? 아마도 No.
예스24와 알라딘 중고책 판매 후기를 보면, ‘예스24가 매입가를 좀 더 쳐준다’는 식의 후기를 볼 수 있는데. 내 직관은 ‘그럴리 없다’라는 쪽.
초기에 이런 여론을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높게 쳐 줬을 수는 있다. 중고로 많이 판매되는 몇몇 책을 전술적으로 비싸게 매입가를 책정하거나 어둠의 바이럴을 하는 등.
중고 매입 서비스에서 가장 강력한 유인은 ‘더 비싸게 쳐 드립니다’인데. 이건 수익성을 깎아먹는 행위라 시장 진입 시점에 일시적으로 할 순 있지만 지속은 어렵다.
예스24 중고매입 담당자가 일하기엔 쉬운 방식이지만, 영리한 방식은 아닌 것. 적절한 전략 없이 그냥 비싸게 사서 싸게 팔면서 수익성만 까먹고 있다면 직무태만이다.
나도 이번에 판매하면서 한 대여섯권 매입가를 비교해 봤는데. 뻔한 소리지만 예스24가 비싼 것도 있고 알라딘이 더 비싼 것도 있다.
중고 한 권 매입가가 1~2만원 하는 것도 아니고. 고작 1천원에서 비싸봐야 5천원이니까 하나씩 비교할 유인이 약하다. 인건비도 안 나오는 수준이므로, 좀 더 편한 곳에서 팔게 된다.
예스24 중고매입의 한계: 오프라인 매장 부족
근데, 오프라인 매입 매장의 부족으로 예스24는 판매 편의성이 떨어진다.
누가 중고책을 판매할지, 평균적인 판매자 페르소나를 그려보자. 대략 10여권 미만은 좀 더 쉬운 근거리 거래인 당근을 이용할테고. 20권 이상의 책을 집 정리하면서 일괄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
이정도면 부피가 사과 박스 단위다. 필연적으로 운반 편의를 고려해야하는데. 예스24는 서울에선 목동점 단 한 곳만 매입을 받는다.
근데 목동이 사교육 메카지 교통 요지는 아니다. 심지어 예스24 목동점은 주차까지 불편하다. 오목교 역과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아 구매하기엔 좋으나 팔기에 좋은 지점은 아닌 것. 나도 화요일 오전인데 주차장이 만차라 대략 10분 대기하다 들어갔다.
44권이니까. 플라스틱 사과박스 하나에 가득 실리더라.
온라인 매입으로 가면 알라딘과 편의 격차가 줄긴 하는데. 그래도 전용 수거 박스까지 이용할 수 있는 알라딘 쪽이 더 우위다.
결론: 예스24와 알라딘, 어디에 팔까?
선택 지점은 포인트 vs. 판매 편의성.
예스24는 포인트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반면, 알라딘은 다수의 오프라인 매입 매장을 가지고 있고 수거 박스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판매 편의에서 강점을 보인다.
후발주자의 뾰족한 차별화가 시장을 바꾸고 결과적으로 고객 편익을 증대시킨다. 나 역시 예스24 바이백 서비스 덕분에 중고책 판매 선택지가 넓어지지 않았나.
44권 판매하고 받은 영수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