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strong>삼미</strong>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책 제목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저자 : 박민규
정가 : 9500원 (할인가 : 6550원)
출판사 : 한겨레신문사
출간일 : 2003. 08. 12

위대한 탄생

‘위대한 탄생’이라는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프로듀서 방시혁은 호랑이 선생 역할로 나온다.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진 기색이 없는 제자에게 어김없이 호통 작렬!

재능 있는 애들이 노력 부족으로 실패하는, ‘게으른 천재들의 실패 사례’를 수 없이 봐 왔다며 다그친다.

그러면 아해들은 눈물을 뚝뚝, 혹은 찔끔 흘리며 다시 연습 연습…

그렇게 연습을 해 대도 결국은 상대평가라는 틀에 의해 절반이 잘려 나가고

다시 한 주에 두어 명이 싹둑, 덜컹, 탁!

뭐 별로

때는 바야흐로 몇 년전 대학 새학기.

광고학 원론이었나…

교수님의 첫 시간 과제는 자신을 광고해보라 였다(아니, 였던것 같다. 사실 장담을 못 하겠다)

내 생각엔 학우들 앞에서 자기 PR을 해 보라는 게 교수님 의도였던 것 같은데,

어느새 PR이 아니라 노래자랑이 되어 있었다.

노래 끝낸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지목하면 그 애가 나와 또 다른 노래를 부르는 식이 된 것이다.

그 때 우리의 찬스군, 노래할 때 목소리가 이적과 비슷해 ‘하늘을 달리다’로 노래방에서 우리를 열광시키곤 했던 그가 지목 당했다.

그는 별 망설임없이 강의실 안에서도 하늘을 달렸다.(아니, 뭘 이런걸 다 하나며 계면쩍어 했을 수는 있겠다)

수업이 끝나자 락을 사랑하고 노래를 숭배하는 쿠가 다가와 찬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찬스야, 너는 지금도 좋지만 더 잘 하려면 창법에 좀 변화를 줘야 해’

락을 사랑하고 노래를 숭배하는 이로서 당연 건넨 수 있는 조언이었건만 찬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별로, 잘하고 싶은 생각 없는데’


크리스탈 증정서

크리스탈 님이 책을 한 권 스윽 내밀었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응? 슈퍼스타 감사용 같은 건가?

대중매체는 관심 가지지 않지만 근거리로 접근하면 짠한 꼴찌 팀의 눈물 살짝 스토리?

아… 대체 소설을 읽은 적이 언제던가.

‘소설책 따위 읽을 시간 없다’는 다츠바나 다카시는 아니지만(그리고 내가 작성한 저 단언적인 문구가 다카시의 본의를 왜곡할지도 모르지만)

사회과학서와 경제학, 웨이트 트레이닝과 맥십 잡지와 소셜 미디어에 의해 소설책은 내 독서 목록에서 멸종 위험 판정을 받을 정도였다.

책을 펼치자, 처음에는 성석제 느낌의 농치는 어체가 맘에 들었다.

그리고 매일 조금씩 얌냠~

매우 (육체적+정신적으로)바쁜 한 주가 끝나고, 한 없이 빈둥대겠다는 결연한 마음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 토요일 저녁인 오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생각했다.

아, 이것도 반전이다.

브루스윌리스가 귀신이거나 범인은 절름발이일때만 반전인 게 아니다.

읽기 전에는 꼴찌 스포츠 팀의 소소한 에피소드, 몇 장을 넘기자 재미난 성장소설인 줄 알았건만

책의 허리를 꺾으면서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가 생각 났다.

다만, 상실의 시대 주인공은 DNA에 허무주의가 각인된 것처럼 느껴진 반면,

삼미 슈퍼스타즈의 주인공은 사회 환경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하는 것처럼 보였다.(라고 생각했다)

최대 반전은 저녁에 시켜놓은 굽네치킨 오리지널 몇 조각이 안 남았을 때 벌어졌다.

이건 상실의 시대가 아니라 회복의 시대였다.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

삼미슈퍼스타즈 팬클럽의 일갈.

이 한 문장이 회복력을 발휘한다.


쿠의 ‘창법 변화’조언에 쿨하게 ‘잘 하고 싶은 맘 없다’ 대답하던 찬스와는 달리

위대한 탄생에서 방시혁의 독설을 들은 아해들은 TV 카메라가 비추건 말건 노력한다(maybe)

방 선생의 독설 역시 속 깊은 멘토의 한 없는 사랑과 격려로 보여진다.(be+p.p)


둘의 대비를 보며 느꼈다.

바쁜 한 주를 보낸 나는 어떤 룰의 야구를 하고 있었던 건가.

월화수목금을 밟고 토요일 홈에 들어와 생각해 보는 거지.


천천히, 조금 더 느리게…

작가는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라 말했고,

나는 ‘생각여하에 따라 너네 모두가 위대한 탄생’이라 생각하며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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