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조엘 온 소프트웨어, 즐겁게 엿보는 개발자 세계

<strong>조엘 온</strong> 소프트웨어책 제목 : 조엘 온 소프트웨어
저자 : 조엘스폴스키
정가 : 22000원 (할인가 : 19580원)
출판사 : 에이콘출판
출간일 : 2005. 04. 15


전문가들은 대부분 불친절하다.

의사, 약사, 변호사(그리고 이들에 비해 만날 일은 적지만 IT전문가도 추가)

본질이 서비스 업인데도 불구하고 일반인이 알아먹을 수 없는 언어와 문자로 진입장벽을 만든다.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도 위에 나열한 전문가처럼 일반인이 전혀 알아먹을 수 없는 언어를 쓴다.

뭐, 컴퓨터가 알아먹을 수 있는 개발 언어를 쓰는 거니 당연하다 싶지만, 이 업계에 대해 공부를 해 보고 싶어도 그 진입 장벽 넘기가 쉽지 않다.

그 모를 언어는 개발현장에서만 쓰이는게 아니라 내가 들춰보는 관련 서적에까지 이어지는 것.


그나마 엑셀이나 워드 같은 상용 프로그램은 ‘일주일만 하면 누구만큼 한다’처럼 쉽게 써서 많이 팔아야겠다는 각오로 쓴 책들이 많지만

호스팅이나 리눅스 같은 책들은 당최……@.@

인문계 고등학교 문과 계열을 졸업한 나는 책을 펼치면, 마치 극한 개념을 건너뛰고 미적분 강의하는 수학 샘처럼 어렵다.


사설이 길었다.

나는 찾았다.

그나마 비 IT 전문가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을.


조엘 스폴스키라는 어마어마한 파워 블로거가 자기 블로그 글을 모아 출판한 이 책은 IT 기업에 종사하는 모든 비 IT전문가들.

이를테면 개발자나 하드웨어 엔지니어가 아닌 총무, 홍보, 인사, 디자인 등의 파트에서 일하는 사람도 재미나게 들춰볼 수 있는 책이다.


.net이 어쩌고 마이크로소프트의 API가 어쩌고는 그냥 넘어간다 해도 내 옆자리, 혹은 내 아래위층에서 근무하는 개발자들의 생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될 만한 부분이 많다.

그리고 그들의 생리를 이해하는 게 궁극적으로 자신이 몸 담고 있는 IT기업과 시장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아이티 용어와 시장에 대해 너무 까막눈인 분들은 ‘2부. 개발자 다루기’와 ‘3부. 조엘 따라 하기’ 정도만 훑어보자.

1부와 4부도 가벼운 마음으로 훑어보면 그리 졸리는 내용은 없을 듯 하다.

기본적으로 조엘이란 작자가 글을 재미나게 쓴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라고도 절대 말하지 마십시오. 잘 모르겠으면 불합격입니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잘 모르겠다? 바로 아니라고 하십시오!……제가 왜 이렇게 깐깐하게 구냐고요? 기준에 미달하는 지원자를 채용하는 실수보다는 훌룡한 지원자를 놓치는 실수를 저지르는 편이 차라리 낫기 때문입니다. 형편없는 개발자는 시간과 비용을 축내고, 다른 개발자가 뒤처리를 하느라 시간도 허비하게 됩니다.

– 211쪽

개발자의 채용과 관리를 다루는 ‘2부 개발자 다루기’는 IT회사 인사팀원에게 몹시 도움되는 내용일 듯.

인사, 채용과 관련된 이 조언은 잔인하게 들리지만 수긍이 간다.

아무리 특급 사과만 골라 박스에 담아놔도 썩은 사과 하나 때문에 상자 전체가 폐급이 된다.



어떤 평가든 사기에 미치는 영향은 매한가지입니다. 부정적인 평가는 사기를 확 떨어뜨리는 반면, 긍정적인 평가는 사기나 생산성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높은 평가점수를 받는 사람은 이미 일을 잘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좋은 점수를 준다면, 자신이 높은 점수를 받으려고 열심히 일했던 건지 헷갈리게 만들 뿐입니다. 품질에 자긍심을 갖고 열심히 하는 전문가가 아니라 보상을 바라고 움직이는 파블로프 개처럼 느끼게 됩니다.

– 227쪽

우리나라 기업에 차고 넘쳐나는 성과급제를 돌아보게 만드는 꼭지.

근무자의 열의에 불을 붙이려다 되려 스프링쿨러를 터트려 사무실 전체를 쏴하게 만들 수도 있다.


업무 자율성이란 가장 강력한, 원자력 에너지에 버금가는 동력원을 헤치는 것.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이에게, 당근을 주면 이런 혼란을 겪게 만든다.


‘아…… 내가 이거 얻으려고 이렇게 열심히 한 건가?’


설혹 당사자가 그렇게 생각 안 한다 해도 외부적으로 그렇게 보이게 만들 수 있다.


‘저 사람 그렇게 신나게 하다만 인센티브(올해의 사원 등) 때문이었구먼’


아…… 생각만 해도 힘 빠진다.



조엘이 권장하는 대학생이 갖춰야 할 지식 목록

1. 졸업 전에 작문법을 배운다.

2. 졸업 전에 C를 배운다

3. 졸업 전에 미시 경제학을 공부한다.

4. 따분하다고 비 전산 과목을 등한시하지 마라.

5. 프로그래밍 심화과정을 수강하라.

6. 모든 직업이 인도로 넘어간다는 걱정은 그만둬라.

7. 무엇을 하든 여름 인턴과정을 거쳐라.

히 여기서 개발자가 아닌 나는 3번과 4번에 주목한다. (덤으로 1번도)

미시 경제학과, 비 전산과목. 모두 개발자에게는 언뜻 필요 없어 보이는 분야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조엘의 진가는 프로그래밍 분야의 전문성에 경제학, 경영학 식견이 더해져 발휘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코딩기계가 될 것인가, IT시장 전체를 내다보는 슈퍼 개발자가 될 것인가

이는 개발 실력에만 달려있는 게 아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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