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의 편지] 7. 달갈후라이 요리법 (마지막 장) 2009-02-24

누구는 주장하는 글쓰기를 전쟁에 비유하더군요.

가장 강력한 무기로 적의 가장 약한 부위를 타격.

저격, 암살, 테러, 게릴라전, 융단폭격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전장.

아마 그런 사람들은 목숨을 건다는 각오로 글을 써내려가지 않나 합니다.

저는 목숨을 걸진 않지만 주장하는 글쓰기가 부담스럽기는 매 한가지입니다.

기록으로 남으며, 마침표를 찍는 순간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해야 되거든요.

혹시 쏟아질지 모를 융단폭격 같은 반론,
나도 알지 못했던 약점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꼬리 한 줄.

그런 것들을 얼만큼 감내하며 쓰려니 키보드 두드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신방과에서 떠들 만큼 떠들고 휘갈길 만큼 갈겨 쓴 저도 망설이는데
하물며 많은 신방과 홈페이지의 눈팅족 분들은?

신방과 홈페이지 하루 방문자수는 꾸준히 100을 넘고 있습니다.

반대로 새로운 글의 수는 확연히 줄어들고 있고요.

금융위기 때문에 ‘유동성 함정’ 이란 말이 흔히 들리는데 신방과 홈페이지도 일종의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 같습니다.

아무도 나서지 않으므로 감히 내가 나서기도 그렇다.

하지만 방문자 수에서 보듯이 관심과 의견은 다들 가지고 있다.

이런 현상을 ‘의견의 유동성 함정’ 이라 부를까요?

이제 전 ‘가는 마당’이라 ‘오는 마당’ 사람들 쉬이 오라고 길이나 좀 넓혀주고 싶어 한 동안 떠들어 봤습니다.

‘하고픈 말’이라는 요놈이 버르장머리 없이 끝을 모릅니다.

궁리한 끝에 요것들을 비벼서 담백하게 만드는 요리법을 궁리해 봤습니다.


후배가 싸이에 이런 글을 적어두었네요.

-기대하지 않으면 상처받지 않는다.

제가 이렇게 꼬리 달았을 겁니다.

– 계란을 깨지 않고는 후라이를 만들 수 없다.

끝에 가서 오는 후회는,
더 상처 받은데서 오는 게 아니라 덜 깨진데서 오더군요.


이상,

부화도 못하고 후라이도 못 될,

껍질 안에 고스란히 들어 앉은 채 서서히 곪아가는 계란을 경계하기 위한,

달걀후라이 요리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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