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 바닥 탐구 1. 새도우 복싱

교수님과 문자로 대화하면서 ‘짝사랑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 적 있다.

공교롭게도 교수님과 내가 동시에 내린 ‘짝사랑의 본질’은 자기사랑(자기만족)이었다.

 

줌으로써 이미 받는……

순수하게 나 좋으라고 하는 사랑

여기에 내 이야길 덧붙이면, 언제든 물러날 수 있게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

 

격투기에서 거리는 중요한 요소다.

효도르든 마이클 타이슨이든 자기 공격범위 밖에 있는 상대에게 타격을 입힐 수는 없다.

술병을 집어 던지지 않는 이상.

 

사람 만남도 마찬가지,

나와 당신의 거리는 매우 중요하다.

어디까지 접근하느냐가 우리의 관계를 결정한다.

 

나는 항상 잽이 닿을 수 있는 거리를 유지했다.

언제든 백스텝으로 물러날 수 있게

내가 당신을 치는 일도 없지만, 당신이 나를 칠 수도 없게

 

그렇다면 누구도 다운 되는 일 없다.

잽 만으로 다운 되는 경기는 거의 없으니까.

 

이 거리를 좁히는 데 10년으론 부족했다.

앞으로도 장담할 수 없다.

 

이십대는 머리로 살았다면

삼심대는 가슴으로 살겠다던 다짐

 

삼십세 1/4분기를 돌아보면 아직 멀었다.

그 동안 내가 한 건 스파링이 아니라 새도우 복싱(shadow boxing)이었다.

 

*새도우 복싱(그림자 복싱) – 머리 속으로 가상의 상대를 상정하고 하는 복싱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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