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목발

‘내가 있던 곳을 이전보다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내 삶의 지향이라면,

‘나를 만난 사람이 조금 더 나은 삶을 사는 것’이 나의 연애지향 아닐까 싶다.

책이나 라디오 연애 사연 중에 이런 것들이 종종 있다.

이런 건 오빠가 다 해 줬는데, 여자친구가 만들어 줬는데… 헤어지니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가 되어 있더라는

국민학교 시절, 동네 시장에 차력사를 동반한 약장수 무리가 왔다.

차력 시범 중에 어긋난 뼈를 맞춰주는 접골 실력을 선보이는게 있었는데, 구경꾼 중 목발 짚은 사람 한 명을 나오라고 해서는 냅다 목발을 망치로 무숴 버리는 게 아닌가!

이 접골이 끝나면 목발 없이도 걸을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선전 포고 였다.

어린 나이에도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싶었는데,

목발 짚던 아저씨는 활공치료 몇 번 하고 눈물 글썽이더니 절뚝이며 목발 없이 걸어 나갔다.

나이 들어 생각해 보면 그 목발 아저씨도 구경꾼을 가장한 바람잡이 일당임이 분명하지만 어쨌든 차력사를 만나 목발 없이 걸어나갈 수 있지 않았나.

나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기 보다 나를 떠나더라도(다른 사람을 만나든 혼자가 되든) 더 나은 삶을 살게 하는 데 보탬이 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예를 들면, 과자를 끊는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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