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회장 시절에 가장 많이 떠들고 다니던 말 중 하나가 ‘이종교배’였다.
비슷한 애들끼리만 섞지 말고 노는 물이 다른 애들끼리 쉐이크 하자는 이야기!
과 씨씨도 동종교배라 열성을 낳는다고 다른 과 애들 만나자 이야기하던 나였다.
지금도 업무 영역에서는 다른 부서, 다른 회사,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고객을 만나 몸 섞고 말 섞고 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하는데.
사적 영역에서는 내가 전혀 다른 생각을 한단 걸 깨달았다.
예를 들어, 공대 다니던 시절 친구와 신방과 다니던 시절 친구를 함께 본다거나 서로에게 소개를 한다거나 함께 만나는 자리를 주선하는 일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건 뭐일까…
이런 저런 재료를 섞어 만들어 내는 칵테일의 다양한 맛 보다,
사적인 자리라면 그 자체로 그냥 순수한 고량주 한 모금이 그리운 걸까.
이종 교배는 일종의 진화 과정인데,
사적인 자리에서는 그런 진화마저도 좀 멈추고 싶나보다.
이런 것도 나의 폐쇄성, 혹은 보수성일까.
내가 몰랐던 나의 창을 또 하나 발견하고는 살짝 열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