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하이의 ‘집 전화번호를 준다는 것’이라는 노래가 있다.
노래 가사에 ‘집번호를 준다는 건 내맘을 준거란 걸’ 이란 부분이 나온다.
휴대전화가 워낙 대세인 터라 불편하게 집 전화번호를 교환하는 이는 없겠지만,
한 15년 정도 전엔 꽤 큰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요즘엔 집전화 자체가 사라지고 있으니…)
내겐 집전화 번호를 주는 것과 비슷한 것이 있는데.
내 홈페이지 주소를 준다는 것이다.
스물 한살때부터 홈페이지를 쓸고 닦아 왔으니
그간 많은 변화가 있긴 했지만,
이 곳을 들여다 보는 사람은 내 젊음의 상당 부분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입장권을 끊은 격.
나 스스로 다른 유명인의 말이나 글이 아닌 내 홈페이지에 내가 적은 글을 인용하게 될 정도니,
나란 사람을 아는 데 이 홈페이지 만큼 강력한 도구가 있을까 싶다.
어찌 보면 짧은 기간의 대면보다 이 홈페이지 주소, 열자 남짓한 영문 도메인 하나 아는 게 더 효율적이다.
예전부터 이런 생각을 했다.
내 대인관계는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고.
‘우리집 전화번호를 아는 이와 모르는 이’처럼
내 홈페이지 주소를 아는 이와 모르는 이.
세월의 누적으로 인해 이 홈페이지는 내 정체성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나는 누구에게 이 홈페이지 주소를 알려 주는가.
여기 와서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나와 어떤 관계입니까.
어느 쪽이든 환영합니다.
여기 쓰인 글은,
항상 솔직한 그 당시의 나입니다.
시간이 지나 현재는 변했을지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