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차를 수령해 오늘, 1월 1일 장거리 드라이빙을 떠났다. 이제는 내게 상징적 장소가 된 임진각으로. 남북 평화모드가 임진각에도 고스란히 반영되는지, 관광 상품으로써 매력을 높이기 위한 공사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언젠간 내가 살(live)거나 혹은 살(buy)지도 모를 김포를 거쳐 귀환. 지하주차장에서 T자 주차 하다 왼쪽 뒷 범퍼를 주차장 벽에 박아 버렸다.
프라스틱이 꽤 둔탁하게 빡! 하는 소리가 났는데, 확인해보니 플라스틱 범퍼도 조금 우글우글해졌고 해치백 도어의 쇠로 된 부분도 약간 패였다.
여기서 교훈 들어간다. (가야만 한다. 수업료를 냈으니.)
1. 차 뒷모습 상처를 볼 때마다, 더 나아가 T자 주차할 때마다 정신 똑바로 차릴 예정이다.
2. 후방 왼쪽 일자 정렬된 흔적 때문에, 내 차는 내게 유일한 차가 됐다. 내가 차에 상처를 주고, 차가 내 맘에 상처를 주고. 그래서 우리 둘은 서로 더 이상 남이 아니게 됐다. 어린왕자와 사막여우처럼, 관계를 맺게 됐달까.
물건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건 문제지만, 손 닿는 물건에 애정을 가지는 건 다른 이야기 아닐까. 내 손길과 발길이 켜켜이 쌓이면, 더 이상 그건 대량생산품이 아니게 된다. 공장에서 나왔지만 내 손에 익은 물건이 되지 않나.
* 위 글 쓰고 나서 샤워하다 떠오른 단상
예전 스파크 타고 다닐 때도 주차하다 기둥 형태 연석에 운전석 옆구리 하단을 그어버린적이 있다. 남대문 수영복 도매상으로 오라는 친구의 부름에, 초행길에 초중급운전이던 나는 연석을 의식 못하고 평행주차 하다 부욱~
얼마나 기분이 착잡하던지. 그 날 친구한테도 좋은 모습을 못 보였을거다. 왜 복잡한 남대문으로 왔냐고 못내 타박이라도 했겠지. 그때도 지금처럼 좋은 교훈으로 넘길 수 있었다면. 이 상처 덕분에 내 마티즈는 세상의 숱한 마티즈와는 다른, 고유한 너와 내가 되었다고.
하지만 그 때의 나는 딱 그 정도였다. 앞으로도 생채기를 통해 배워나가길 바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