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몰트 위스키 단상

위스키 주제 모임을 두어번 갔는데. 기록해두지 않으니 배운 게 휘발돼 버린다. 이틀전 배운 지식을 단편적이나마 기록해 본다.

위스키 맛의 60%(누구는 90%라고도 함) 정도가 숙성시 어떤 통을 쓰느냐에 달렸다. 이게 이 날 모임에서 가장 충격이었는데. 위스키 회사가 엄청 마케팅 포인트로 잡는 천해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이니 보리(맞나?) 종자 따위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단다. 어차피 물은 정수해 쓰고 보리인지 뭔지도 계속 개량하며 상향평준화 되다 보니 다들 고만고만해졌고. 남은 주요 변수가 숙성에 쓰이는 통이라는 것.

싱글몰트 위스키 숙성에 쓰이는 통은 크게 버번 위스키 통과 셰리 와인 통. 당최 남의 양조장에서 쓰다 남은 통을 고집하는 건 아직도 잘 납득이 안 가지만. 여튼 그 전에는 아예 가죽 부대에 넣어 숙성시켰는데 숙성도가 영 별로였다네. 아마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표현도 가죽 주머니에 술을 담는 시절에 나온 말이 아닐까.

내 입맛에는 버번위스키 통 숙성 보단 셰리와인 통 숙성이 더 맞았다. 버번 통 숙성은 쏘는 맛이 강하다면. 셰리는 부드러운 느낌.

위스키 같은 자기 색이 강한 양주로 폭탄주를 만들 때는 카스를 강력 추천. 자기 향이 적고 탄산은 많기 때문에 탄산수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 반대로 세계 유명 맥주는 자기 향이 강해 양주와 섞여 서로 자기주장을 해서 비추천. 맹물 탄산수로 비난 받는 카스도 다 나름 쓰임이 있는 것.

스코틀랜드는 매년 기온차이로 인한 자연증발양이 통 전체의 2%, 한국은 연교차가 너무 커 증발량이 거의 10%에 달한다고. 양이 주는 대신 숙성이 훨씬 급속으로 되는 장점이 있다는데. 빨리빨리의 민족다운 위스키로 마케팅하면 괜찮겠는데.

‘위스키 계의 홍어’로 불리는 그 피톤인지 페놀인지 향 그득한 탈리스커. 얘는 아직도 좀 부담스러운데. 그래도 몇 번 경험해봤다고 좀 친숙해졌다. 두어 번 더 겪으면 그날 모임의 마무리 술로 괜찮을 듯. 딱 요거 한 잔 마시고 시마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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