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취미 건 몇개월에서 1년 쯤 즐기면 안목이 생긴다. 처음엔 누가 잘하는지 헷갈리지만. 여러 춤이 데이터로 입력되면서 춤의 우열을 가리는 선구안이 생기는 것.
그런데, 잘 추는 사람과 못 추는 사람을 가릴 수는 있다지만. 잘 추는 사람의 춤이 어떤 점에서 뛰어난 건지. 그 요소까지 발라낼 수 있을까? 마치 대회 심사 배점표 같이, 춤의 질은 1번 항목 30% 2번 항목 30% 등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식으로 정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11년 간 살사를 보면서(실제 추는 시간보다 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자신한다) 궁리했던, 뛰어난 살사 댄스(그리고 댄서)의 요소가 무엇인지 정리해봤다.
자연스럽다
- 억지로 꾸미지 아니하여 이상함이 없다.자연스러워 보이는 행동.
- 순리에 맞고 당연하다.아이들이 어른들의 행동을 흉내 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 힘들이거나 애쓰지 아니하고 저절로 된 듯하다.
( 네이버 국어사전)
고수의 춤은 자연스럽다. 대학교 학생회 엠티를 갔는데, 거기 풍물패 공연을 지도하기 위해 그 업계에 유명한 어르신이 와 있었다. 풍물패 친구들이 다들 도인 모시듯 하길래 물어봤다. 저 분 풍물이 대체 어떠하기에 그리 대단하냐고. 그 때 풍물패 친구 대답이 ‘저 분 행동에는 뭐든 부자연스러운게 없다’ 였는데, 그 말 들은지 20년이 된 지금도 선명히 기억난다. 이후 고수와 하수를 가르는 기준이 자연스러움이 됐다.
중국 고사의 소잡는 포정 이야기도 떠오른다. 해체 작업이 경지에 이르니, 칼을 들이밀면 살과 뼈가 알아서 칼날을 찾아 들어오는 것 같아 아무리 여러 마리를 잡아도 칼날이 하나도 상하지 않더라는 이야기.
고수의 춤은 자연스럽다. 밟을 곳을 밟고, 돌아야 할 때 돌고, 그게 공연이라면 시선이 자기 안에 갇히지 않고 관람석을 유유자적 훑는다.
그 외
‘자연스러움’이 너무 중요한 요소라 생각해, 나머지는 죄다 그 외에 묶었다.
- 정박과 엇박을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리듬감
- 음악의 감성을 몸으로 표현하는 뮤지컬리티
- 화려한 샤인과 패턴으로 발현되는 테크닉
- (설혹 보기에 구려 보인다해도 짝꿍은 아는)뛰어난 파트너십
-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나도 생각지 못했는데 챗 GPT가 알려줬다. 춤에 대한 열정과 사랑
그래서 아무리 테크닉이 현란한 사람이 있대도, 내게는 자연스레 2분짜리 음악 들으며 같이 산책하듯 걷는 댄서가 최고의 파트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