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그만뒀나

15년의 회사생활을 돌아보는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이곳에 담길 이야기는 크게 세 가지다.

  1. 왜 그만뒀나
  2. 그곳에서 무엇을 배웠나
  3.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1과 2가 충분히 정리되면, 자연스럽게 3에 대한 답도 보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이 글을 시작한다.

왜 그만뒀나

    한 단어로 표현하면 ‘스트레스’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구상은 있는데 구현하지 못한데 대한 스트레스’

    어떤 구상이었나?

    조직이 원하는 건 레거시 사업부의 상품 체계를 바꾸는 일종의 거대한 피벗이었고,
    나 역시 그 방향에 적극 동의했다.

    새로운 구조에 채워 넣을 상품과 이걸 구현해 나갈 팀빌딩이 필요했다.
    대략 1년쯤 팀장 직책으로 나름의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다.

    팀을 위해서는 팀장이 바껴야 하고
    나를 위해서는 나도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한다.

    팀의 발전을 위해 조직은 새로운 팀장이란 카드를 써야하고,
    성장이 멈춰버린 나를 위해 다른 자리를 알아봐야 한다고 생각이 정리했다.

    왜 구현하지 못했나?

    이 역시 한 단어로 말하면 스트레스다.
    방향은 물론 방법도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아예 말도 안 되게 엉뚱한 방향이라면 백날 시도해도 개선될리 없지만,
    처음 잡은 구상을 계속 미세 조정해 나가면 구현 가능하다 생각했다.

    결국 더 시도 못한 건 체력이 떨어졌기 때문.
    퇴사를 결심하며 새삼 느꼈다. 정신과 육체는 별개로 분리할 수 있는게 아니란 걸.

    충분한 체력이 있었다면.
    더 빨리, 더 자주 실패하면서 더 오래 개선해 나갈 수 있었을거다.

    그런데 1년 간 좌충우돌하는 동안 귀한 시간과 에너지를 소진해 버렸고,
    팀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물러나야 한다는 판단이 선 것.

    체력을 안배하건 체력 자체를 증강시키건. 다음에는 뚫고 나가는 맷집이 있어야 한다.
    그게 정신에서 나오건 심혈관 장기에서 나오건.

    그렇게 주 5일 수영과 헬스장 일정을 시작한 것.

    언제 그만둬야 할까?

    퇴사자, 퇴사를 고민하는 이들의 모임 자리에 가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언제 퇴사해야할까’라는 화두가 나왔는데. 내 답은 아래와 같았다.

    ‘마치 신내림 같은 거다.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건 안 되건, 신이 내려오면 신내림을 안 받을 수가 없다고 하던데. 그것처럼 퇴사가 오는 순간은 알게 되지 않나? 하고 싶다가 아니라 하게 된다에 가깝지 않을까.’

    사주명리를 공부하면서도 드는 생각, 인간은 사주를 알건 모르건 자기 살길을 찾게 되어있다. 퇴사가 살 길이라면 그 길을 찾게된다. 대단한 결심이라는 걸 안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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