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별로인데 정작 장사 잘 되는 업장이 있다? 그럼 내가 해당 업장/서비스의 주 타겟이 아니라 생각하면 된다.
이곳도 가격과 위치를 생각하면 2030은 물론 40에게까지 다른 팬시한 대안이 많다. 스타필드에 딸린 대형 찜질방과 궤를 같이하는 경기도 외곽 대형 스파들.
근데 여기는 그곳보다 가격이 비싸면서도 경쟁력이 있다. 왜냐? 타겟이 다르기 때문.
2.
주중 6만 1천원에 찜질방 + 점심 식사 + 음료 쿠폰이 포함된 패키지인데. 일단 찜질방 가는데 6만 1천원이다? 어라, 왜 이리 비싸? 근데 사전 예약제라 주말에는 가기가 힘들다고?
그렇다면 이미 충분한 수요를 채우고 있다는 소리.
3.
근데 사우나, 찜질방 마니아라 할 수 있는 내 관점에서 힐빙클럽은 찜질방 카테고리에 넣기에 좀 애매하다. 그렇다고 스파라고 해야하나? 이것도 좀 애매하다.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사우나, 찜질방, 스파 모두와 조금씩 다르다. 그게 차별화 포인트라면 포인트.
4.
일단 여기는 뜨거운 불가마로 승부하는 고온 찜질은 한 곳도 없다. 메인은 족욕이다.
애초에 단체 어르신들 삼삼오오 모여 족욕하면서 담소 길게 나누셔라. 출출하니 점심도 푸짐하게 차렸고 식후 음료도 준비했다.
이게 내가 생각한 기획자의 고객 여정(커스터머 저니)이다.
5.
사우나로 한정해서 보면 몹시 부족한 수준이다. 샤워 부스는 5곳이었나?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더 안타까운 건 온탕과 냉탕의 수준이다.
20, 40, 80. 이 세가지 숫자에 주목해야 하는데.
냉탕은 20도 이하, 온탕은 40도 이상. 건식 사우나는 80도 이상. 이게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우나 온도.
근데 당일 남탕 냉탕은 24도, 온탕은 39도. 건식 사우나는 아예 없다. 외부에 사우나가 있더라도 욕실에 건식 사우나는 필수에 가까운데.
같은 날 여탕 냉탕은 17도였다는데. 이 정도 온도를 낮춰서 관리하려면 의식적으로 온도 조절을 하고 있다는 소리. 남자 손님이 적다 보니 남탕은 극도의 운영비 절감을 한 게 아닐까 싶다.
사우나 쪽은 설비도 운영도 낙제점이다. 차라리 농촌지역에 복지시설로 만든 요즘 목욕탕이 여기보다 훨씬 좋다.
아, 사우나 마니아라서 쓰다 보니 몰입해 너무 악담만 했네.
6.
음식은 맛있다. 정말 예상외로 괜찮다.
한식 뷔페인데. 미식과 거리가 먼 혀지만. 채식 좋아하는 어르신도, 고기 반찬 좋아할 손주도 두루 만족할 구성이다.
7.
음료도 생각보다는 진심으로 나온다. 무료 쿠폰 손님이 주가 되면, 그냥 구색만 갖춘 메뉴가 나올 수 있는데.
여긴 어느정도는 해준다. 적어도 우리가 아는 찜질방 스낵코너 수준은 아니다.
아, 생각해보니 아예 그런 컨셉으로 박사나 식혜를 기대하는 사람도 있을텐데. 아쉬울지도.
8.
찜질방은… 애초에 찜질방의 형태를 한 다양한 방이 있긴한데. 캐러비안베이 같은 워터파크에 있는 체온유지실 온도에 가깝다.
어르신이 주 타겟이고 방이 워낙 많아, 만약 뜨거운 불가마를 만들어놨다간 관리가 안 돼 큰일 날지도 모를 듯.
여튼 여기를 즐기는 방법은 지지고 굽는 게 아니라, 도란도란 족욕하면서 담소 나누는 거란 걸 잊지 말자.
9.
정작 이곳의 주력 상품인 족욕은. 참으로 다양하게 있는데.
딱히 족욕을 좋아하지 않아서 평하긴 어렵다. 그냥 어르신들이 이 족욕 저 족욕 옮겨 다니면서 하루치 담소를 나누기에는 좋아 보임.



다 필요 없고, 만질 수 있는 살가운 고양이 있으니까. 고양이 카페 입장료 격으로 2만원치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