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리브 당신은 뽀빠이 우리는 언제나 언밸런스,
당신은 시금치를 좋아하고 나는 먹지 않는 시금치를 요리하죠
그래서 당신께 시금치 편지를 씁니다
내가 보낸 편지엔 시금치가 들어 있어요
내가 보낸 시금치엔 불 냄새도 없고 그냥 시금치랄 밖에는 아무런 단서도 없지요
끓는 물에서 금방 건져 낸 부추도 아니고 흙을 툭툭 털어 낸 파도 아니고 돌로 쪼아낸 봉숭아 이파리도 아니고 숭숭 썰어서 겉절인 배춧잎도 아니예요
이것은 자명한 시금치 편지일 뿐이지요
당신은 이 편지를 받고 시금치 스파게티를 먹으며 좋아라 면발 쫙쫙 당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동네 공터에 개똥을 밟아 가며 당신을 위한 시금치 씨를 뿌리고 있답니다
시금치가 자라면 댕강댕강 목을 베어 버리겠어요!
그때……다시 쓰지요.
– 시금치 편지, 문혜진
당신은 먹지도 않는, 나만 좋아하는 시금치를 식탁에 올리기 위해 개똥 밝아가며 씨 뿌리는 당신.
댕강! 목이 잘리기 전에 그 고마움을 알아모셔얍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