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볼 책]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 사회

여기 사람이 있다책 제목 : 여기 사람이 있다
저자 : 조혜원,안미선,김일숙,자그니,김
정가 : 13000원 (할인가 : 11700원)
출판사 : 삶이보이는창
출간일 : 2009. 04. 01

 

사이코 패스가 뭔가?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다. (네이버 백과사전)

이 정의대로라면 우리 모두는 일정 부분 사이코패스다.

용산 철거민 사태로 죽은 5명의 세입자를 과격 투쟁분자로 밖에 보지 못하거나, 돈 몇 푼 더 받으려고 떼 쓰다 죽음을 자초한 이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는 구성원의 아픔에 무감각하다는 점에서 이미 사이코패스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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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엊그제 검은 모자를 눌러쓰고 연신 청계광장 주변을 걷던 한 선생님은 1987년 얘기를 꺼냈다. 사슴같이 예쁜 눈을 가졌던 고 박종철이 떠오른다며. 그래도 그때는 분노라도 오래갔다고 혼잣말을 했다. 사람이 6명이나 죽었는데 이대로 잊혀져도 되는 거냐며 두렵다고 했다. 온 사회가 무덤 같단다.

‘걸인 한 사람이 한겨울에 얼어 죽어도 그것은 우리 모두의 탓이어야 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분노가 사라진 사회, 이런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죄인일 수밖에 없는 시절을 건너고 있다.

– 서울신문, ‘분노가 사라진 사회’, 2009-02-14 (용산참사 25일 후)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90214026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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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 올라간 다섯 사람과 그런 국민을 살리기 위해 훈련받은 한 사람, 도합 여섯이 모두 잿덩이가 되서 내려왔다.

‘걸인 한 사람이 한겨울에 얼어 죽어도 우리 모두의 탓’이라는 사회가 존재 하긴 했었던가?

 

국민들도 침묵해서는 안 돼요. 요즘 보면 오로지 돈의 노예가 돼서 사람들 가슴속에 감정이 없어지는 거 같아요. 누구든지 사람이 억울하게 죽었을 땐 분노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용산 사건을 보면서도 분노하지 않잖아요. 돈 좀 달라고 하다가 안 되니까 떼거지로 죽었구나, 이렇게 이야기들도 하고.

– 31쪽, 주택공사라는 골리앗과 싸워 이기다

 

주택수를 가구수로 나눈 주택보급률은 이미 2003년에 100퍼센트를 넘어섰고 08년 통계는 108.1%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이 땅엔 왜 이리 세입자가 많은 것일까?

2005년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국 세대 중 45.4%가 집이 없는 반면, 상위 5%에 해당하는 89만세대가 전체 주택의 21.2%를 소유하고 있다.

땅의 편중은 훨씬 심하다.

국토해양부가 발간한 ‘2008 국토해양통계연보’에 따르면 2006년 말 기준 우리나라 인구의 약 1%인 상위 50만명이 전체 사유지의 56.7%를 가지고 있다.

이런 구조라면 땅을 공공의 것으로 하자는 토지 공개념 주장을 상위 1% 지주들은 무슨 논리로 틀어 막을 것인가

 

주식이나 외환시장과는 달리 부동산은 온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 투기장이다.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주거의 자유를 담보잡혀놓고 뉴타운, 재개발, 무슨무슨 단지라는 이름의 룰렛판을 돌리고 있다.

여기선 남 땅부자만 욕할수 없다.

부동산 투기는 전 국민이 기회만 된다면 참여하고 싶어 안달인 국민 스포츠다.

부동산 대박은 우리보다 조금 덜 가졌을 뿐인 이웃의 주거권, 생존권을 무너뜨리면서 실현되는 것이라는 걸 모르는가?

알면서도 그들의 고통에 무감각한 우리는 이미 일정 부분 사이코패스다.

대박 게임을 선전해 표를 끌어들이는 정치인, 수백억에서 수조원 이윤을 남기면서 보상에 쓸 돈은 없는 건설회사, 땅을 돈으로 밖에 생각지 않는 지주, 지주를 위한 용역, 요역과 전우 관계인 경찰

그리고 이 판에 껴서 나도 한 몫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국민.

한국 경제는 언제까지 부동산 거품이라는 뇌관을 안고 살 것인가.

 

우리들이 도박판으로 여기는 곳,

거기 버젓이 사람이 있다.

 

뉴타운, 일확천금의 허상

우리 동네가 재개발 되면 드디어 우리도 일확천금을 누릴 수 있겠구나! 하는, 정치인들에 의해 조작된 생각이 얼마나 허상인지 알아보자.

재개발이 시작되면 집값, 땅값이 오른다.

자기가 살던 집과 동네를 다 갈아엎기 때문에 일단 동네를 떠야한다.

동네 전체를 재개발 하기 때문에 이사 인구가 폭증한다.

그럼 그 근처 생활권에 있는 지역의 전세/월세 값이 폭등한다.

재개발이 끝나서 돌아오려면 폭등한 분양가에 맞춰 보통 억대의 돈을 더 넣어야 입주 가능하다.

결국 재개발로 인해 집값이 올라도 그 돈으로는 전과 같은 주거생활을 누릴 수가 없다.

재개발 지역이 생활 터전인 사람은 설사 세입자가 아닌 집주인이라 하더라도 실질적 자산상승효과가 미비한 셈이다.

여기서 이득을 볼 수 있는 집주인은 집 팔고 시골에 내려갈 사람과 땅을 생활터전이 아닌 재테크 수단으로 삼는 지주 뿐이다.

 

여기 전세가 대부분 3천 4천 5천 이렇게 돼요……. 그런데 재개발이 딱 터져서 이사할 시기가 되니까 건너편에 정말 4천만원 짜리가 8천만원 되더라고요. 제 눈으로도 봤고 제가 가서 물어보기도 했어요. 그렇게 되다 보니까 이주비만 받고 작은 방으로 가든지 경기도 광주로 이동을 많이 하니까 광주 전세값이 올라가 버렸어요. 성남 시내는 말할 것도 없이 광주, 여주, 이천이 올라가 버렸어요

– 161쪽, 재개발은 누구한테나 다 올 수 있는 일이에요

 

 

공허한 공권력

 

경찰은 용역이 쥐어 패도 먼 산 보듯 구경만 하고 있고 우리가 저항을 하면 경찰이 꼭 잡아갑니다. 용역 놈들을 경찰에 신고하잖아요, 그럼 ‘못 잡았다’가 답이에요. 증거 가져오라고 하고. 우리가 사진 찍어서 가져다 주면 ‘못 찾았다’가 답이야. 경찰이 찍은 것도 다 있을 텐데 …중략… 철거촌 어디가서 물어봐도 다 그래요. 용역에게, 경찰에게 안 맞은 철거민 있나 물어봐요.

– 144쪽, 도망가는 것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망루로 올라왔어요

 

언론이 정말 해도 너무하죠. 얼마 전에도 저희한테 “야, 이 떼잡이 *야, 니 돈으로 월급 안 받는다” 이러면서 별 욕을 다하고 우리를 때린 경찰이 있었어요. 지 얼굴 가리려고 얼굴에 복면을 썼더라고요. 우리가 실제로 맞고 그놈이 버젓이 있는데도 SBS 뉴스에서는 오히려 그 경찰이 자기가 폭행당했다고 그렇게 말하는 거예요. 용산 경찰서는 너무 심해요.

– 220쪽, 그 노래가 이렇게 내 가슴을 울릴지 몰랐어요

 

 

불 지피는 소방관

 

집 비운 사이에 싹 불을 지른 거예요. 옆집 2층 빌라 공가에서 불을 던져 무허가 판잣집에 불을 낸 거지. 방화를 했어요 ……. 그 때 119 소방차가 왔는데도 불을 안 끄는 거예요. 그때 SBS 방송에도 다 나왔어요. 당신들 왜 불을 안 끄냐 하니까 어차피 다 탈거니까 놔둔다는 거예요. 남자 소방대원은 그냥 있는데 여자 소방대원이 혼자 불 끄겠다고 호스 들고 올라가서 다쳤어요.

– 41쪽, 땅도 쳐다보고 하늘도 바라보며 내 집에서 살고 싶다.

 

그러더니 좀 있다가 진짜 한 10분도 안되서 갑자기 불이 팍 치솟기 시작했어요. 불이 나면서 사람들이 건물에 매달리고 어떤 사람은 난간에서 떨어지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소방관에게 갔어요. 근데 그 소방관이 너무도 웃긴게 그 위에 불이 났는데 그 사람을 맞추는 거예요. 아저씨 저기 위에 불이 났지 않냐고, 불 끄라고 불 끄라고 그랬는데 듣지는 않고 자꾸 상체를 맞추더니 그 사람이 툭 하고 떨어졌어요. 제가 그 아저씨 옆에서 119에다가 전화를 했어요. 소방차 거기 갔다고 그러는데 오면 뭐하냐고 불을 안 끄고 있다고 성질을 내면서 끊었어요…중략… 이거는요, 경찰들이 불을 끄려고 했다는데 끄려고 한 게 아니고 불 그거 홀랑 다 탈 때까지 기다린 것밖에 안 돼요. 이거는 경찰들이 다 죽이려고 처음부터 그런 거예요

– 255쪽, 뭐 하나 밝혀진게 없어요


 

침묵하는 젊음

 

처음 설명회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왔었는데, 별로 집중해서 듣지도 않더라고요. ‘이럴 필요까지 있나. 손해 보고 가지’ 세입자들이 젊은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은 젊으니까 벌어서 먹고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죠. 저도 얼마든지 그렇게 하려면 할 수 있죠. 권리까지 포기해가면서 하는 거니까요. 그렇지만 그게 불합리한 거니까 나서서 싸우는 건데, 젊은 사람들이 안 싸워요. 사실은 젊은 사람이 나서야 하는데, 피해요. 젊은 사람들이 나서서 싸우면 좀 더 낫게 바뀌어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 166쪽, 재개발은 누구한테나 다 올 수 있는 일이에요

 

 

그리고…

 

지금 개발은 기존에 살고 있는 사람을 위한 개발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 몰아버리고 돈 많은 부자들을 들어앉히는 거예요. 기존에 살던 사람들도 살 수 있는 개발을 하라는 거예요. 철거민에 대해서는 아예 대화가 차단되고 원천 봉쇄되어 있어요. 무조건 쫓는 방식이면 이명박 할아버지가 와도 할 수 없어요. 죽이러 오는 놈들하고 어떻게 해요. 이곳을 나가서 죽든 여기 올라와 싸우다 죽든 똑같은 거죠. 싸울 수 밖에 없어요.

– 117~118쪽, 도망가는 것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망루로 올라왔어요.

 

난 ‘난쏘공을 쓸 때 미래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 그런 마음으로 썼어요

…중략… 그래서 난쏘공은 벼랑 끝에 세운 주의 팻말이라고 내가 생각을 했어요. ‘이 선을 넘으면 위험하다’

…중략…  내가 보기에 정치가/경제가들이 극복하는 방법은 한 가지야. 가난뱅이에게 고통을 넘겨 줘버리는 거야. 한국의 가난뱅이는 한국 경제를 위해서 희생을 치러야 돼

…. 중략… 그래서 내가 난쏘공 30주년이 된 지난해에 한 가지 말을 했어. 뭐냐면 “지금, 오늘날 한국에서 행복해하는 자는 다음 두 부류 중 하나다. 하나는 도둑이고, 하나는 바보다” 난 지금도 그 말을 취소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 288~289쪽, 조세희 인터뷰 ‘이 선을 넘으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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