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_유난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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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토스는 되는데 우리는 왜 안 되나?’에 대한 답을 찾아가야 하는 책이 아닐까. 한 시대에 임팩트를 준 기업은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에 필요한 세부 질문이 아래 셋.
1. 토스는 되는데 우리는 안 되는 게 뭔가?
2. 그럼 왜 토스는 됐나?
3. 그럼 우리는 왜 안 됐나?
외부요인(우리가 어쩔수없는것)과 내부요인(어쩔 수 있었는데 미처 안 하거나 회피한 것)을 나눠서 고민해 봐야할 것.
참, 토스는 네카라쿠배당토라 가능했다? 그럼 애초에 그들은 어떻게 네카라쿠배가 될 수있었나? 이건 순환오류. 그 대열에 들수 있게 한 원동력 중 우리가 가지지 못한건 뭔지 곱씹어 볼 것.
책 속 밑줄 친 문장
p.9
“토스팀 사람들은 유난했다. 토스 한번 살펴봐달라는 손편지를 수백 장 써서 은행 지점장들에게 부쳤다.”
손편지가 효과적 전략이라고 보진 않지만, 이 책과 토스 임직원을 관통하는 키워드인 ‘유난함’을 보여줄 수 있는 대표 사례라 싣지 않았을까. 스타트업을 ‘현실 문제를 기존 방식 보다 나은 & 다른 방식으로 푸는 기업’으로 정의한다면. 문제나 풀이법을 찾는 건 창의성, 풀이의 실행은 유난함에서 나오지 않을지. 반대로 저 유난함이 없는 스타트업이 살아남긴 어렵지 않을까. 성장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랄까.
p.27
울라블라의 실패를 인정하고 서비스를 접기까지 1년 4개월이 걸렸다……개발 과정에서 팀원이 8명까지 늘어났지만 이태양 외에 모두 떠났다.
기업의 초기 성장사를 보면 실패 후 팀이 해산 수준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창업자가 아니라 월급쟁이 시각에서 보면 참 안타까운 지점인데. 그때 안 나가고 존버했다면 지금 훨씬 더 많은 금전적 이득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이는 ‘테슬라 주식 10년 전에 살 걸’ 같은 가정일 뿐. 그냥 월급쟁이로서 이런 초기 입사자의 (성공 전)퇴사를 볼 때마다 애잔하다. 샐러리맨으로 인생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날아갔다는게.
p.28
상인은 자기가 파는 물건의 품질과 그것을 생산하는 수단을 철저하게 이해하고, 물건을 완벽한 상태로 생산하거나 획득하여 가장 필요로 하는 곳에 가장 싼 가격으로 분배할 수 있도록 모든 지혜와 정력을 기울여야 한다.
- 존 러스킨
‘내가 만든 서비스와 기능이 어느 고객에게 필요한지 정확히 이해하고, 고객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지금 내가 하는 마케팅의 정의에 대입해도 너무 적확하고 구체적이기까지하다.
p.30
토스가 서비스를 만드는 제1 원칙인 ‘고객중심주의’에 대한 집착은 이때의 깨달음에서 비롯되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야 성공에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실패를 견디며 깊숙이 이해한 끝에 나온 것이었다. 이후 토스의 모든 제품 원칙과 조직문화의 근간에 승리에 대한 갈망이 자리잡았다.
아마존을 떠올리는 단어 고객집착. 왜 이렇게 고객에 집착할까? 그러지 않으면 생존도 어려운 게 스타트업이라 그렇지 않을까. 예를 들어, 굴뚝 산업이라 부르는 석유회사나 소금회사 같은 오래된 산업은 좀 불친절해도 문제가 적다. 왜? 그들은 생존에 필요한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그런데 스타트업은 불편을 없애거나 심지어 기존엔 문제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걸 문제로 정의해 해결하므로. 애초에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생존과 성장이 불가한 게 아닐까. 결핍의 시대에서 풍요의 시대로 넘어왔기 때문.
p. 41
실시간 입금이 가능해졌지만 CMS망을 이용하는 출금은 여전히 금요일에 한 차례 이뤄졌는데, 이를 악용하는 고객도 있었다. 주중에 토스로 송금한 뒤, 금요일이 되기 전에 자기 계좌의 잔액을 비워버리는 방식이었다.
리스크는 새로운 시도 어디에나 있다. 그걸 기대값(각 경우의 수가 발생할 확률*그에 따른 손익)으로 잘 계산해 실행하는 판단과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잘 해 내는 회사가 성장한다. 아마 기존 은행은 이런 선택이 불가했을 것.
p.44
토스에서 모든 은행 계좌의 송금이 가능해진 것은 2017년으로 3년 가까이 걸릴 거라던 그 말은 정말이었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면 지레 포기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승건과 양주영은 뒤돌아보지 않고 담배 연기 자욱한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우리는 1년이면 할 수 있을거야”
나치 수용소에서 살아 남은 사람들의 마인드 세팅이, ‘단기적 비관 장기적 낙관’이라는데. 여기에 적용할 수 있을까. 숱한 무용담의 끝은 대개 ‘그때는 참 겁 없어서, 몰라서 용감해서 가능했다’로 끝나는데. 알았다면 시작도 안 했을 그 많은 시도가 인간의 무모함이 주는 예상 외의 편익 아닌가 싶다.
p.49
핀테크는 테크회사가 파이낸스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금융회사가 테크를 배우는 게 아니다. 아직 한국에는 제대로 된 핀테크 서비스가 없다.
온라인 업계에 있다 보니 이 말을 항상 체감한다. 반세기 동안 한국 유통을 주름잡던 ‘유통의 롯데’. 근데 거기는 괄호가 숨겨져 있던 거다. (오프라인)유통의 롯데. 만약 진짜 유통의 롯데였다면, 지금 쿠팡도 네이버도 다 롯데 발 아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롯데가 온라인 유통을 소홀히 해왔냐?
아니. 인터파크와 함께 90년대에 시작한 한국 온라인몰 1세대가 롯데닷컴이고. 아마 모바일 온리 몰도 국내 최초였던 걸로 기억한다.
근데 왜 이렇게 됐지? 아마 롯데 내부에서는 온라인을 다양한 채널 중 하나로 여겼을 것. ‘우리가 유통 명가니까 트렌디한 유통채널도 하나 폼나게 들고 있어야지.’ 그정도 수준으로 수뇌부가 생각했을 듯. 롯데가 선점한 마트와 백화점 부동산 땅값이 끝없이 오르는 걸 보며 만족하고 있었겠지. 역시 돈은 유통과 지가 양방으로 벌어야지 허허허 하며.
p.68
은행의 디지털 담당 부장은 선심 쓰듯 택시를 잡아주며, “금융은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지금까지 아무도 라이선스 없이 성공하지 못했다.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은행 사람들의 의심 가득한 눈초리와 말투를 대할 때마다 이승건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맸다.
이건 거의 클리셰다. 넷플릭스 창업자 책 제목이기까지 한,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 여기서 통쾌한 역전극이 가능했기에 책이 나오는 건데. 문제는 생존편향. 실제 대다수 스타트업은 기존과 다른 (레거시 입장에선)괴상한 방법을 시도했다가 폐업법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만다. 어쩌면 성공하지 못할 거라는 말을 들은 후부터는 창의력이 아니라(이미 창의력으로 미친 대안을 만든 거니까), ‘유난함’의 승부 아닐까.
p.95
애자일한 기업문화는 그저 프로세스를 바꾼다고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간과 일에 대한 새로운 철학과 관점이 반영된 결과어야 합니다.
맞는 말 같은데, 그래서 애자일이 뭔지는 여전히 모르겠네.
p.101
하면 좋을 10가지보다, 임팩트를 만드는데 집중한다……그 첫번째 단계는, 하면 좋을 10가지 일을 하지 말아야 할 일로 규정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일 한 가지를 의도적으로 정하고 집중하라. 한번에 많은 일을 목표하는 것, 멀티태스킹, 바쁜 삶은 뿌듯함을 안겨줄 수는 있지만 임팩트를 대변하지는 못한다.
이 책에서 단 한 줄만 건지라면 이것. 임팩트를 만드는데 집중하기 위해, 하면 좋을 10가지를 (To do가 아니라)Don`t 리스트에 올리는 것.
p.153
토스 PO의 핵심역량 1. Grit/Obsession
이것만 있으면 똘아이지만, 이게 없으면 어떠한 전문성도 스타트업에서 발휘되기 어렵다. 이게 빠진 전문가가 바로 프리랜서나 대기업형 인재 아닐까.
p.252
(BEP 맞춘 후 회상)토스는 돈을 벌 수 없다. 토스에 돈 충전해놓으면 조만간 갖고 튈 것이라던 댓글들에 소심한 복수를 했다는 생각이 들어 통괘합니다!
전 애인이건 라이벌이건, 최대의 복수는 성공하는 것.
무난함과 유난함.
창업자는 유난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일정 규모 이상 올라가면(혹은 올라가기 위해선) 무난한 사람도 있어야 한다. 모두가 유난떨면 될 일도 안 된다.